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제품 매장에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최전방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제품이 공기청정기라는 점이다. 최신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예약까지 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다.
과학자는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게 일이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지난해 봄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물량이 부족, 배송이 지연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국민의 불안감, 상황의 심각성을 단편으로 보여 준다.
통계를 보면 좀 더 명확히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공동으로 2년마다 발표하는 환경평가지수(EPI)의 2016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78개국 가운데 80위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대기 질 순위는 최하위권인 173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기오염의 경제성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0년 회원국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다. 경제 피해 규모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먼지를 근본부터 해결하려면 원인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고 청정한 대기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세먼지는 코와 입을 통해 유입돼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과 같은 기관지 질환 및 폐포 손상 유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와 입을 통한 미세먼지 유입은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간과하고 있는 곳은 '눈'이다. 눈은 피부에 둘러싸여 있는 다른 장기 기관과 달리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기관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노출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접촉이 잦으면 염증성 눈질환인 알레르기성 결막염, 각막염 등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고려대병원 안과 연구팀은 미세먼지 성분 가운데 하나인 이산화타이타늄이 동물의 안구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초미세먼지가 안구 표면을 자극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고 눈물막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미세먼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대인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에 노출된다. 눈의 피로가 쌓인다.
눈은 빛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빛 에너지, 높은 대사 활동 영향으로 산화스트레스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미세먼지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급격히 증가, 눈 질환이 가속화된다.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항산화 천연물, 천연물 기능식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천연물은 강한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공명 구조를 통해 활성산소를 효율 높게 제거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눈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항목에는 안구건조증 예방, 황반색소 밀도 유지, 피로도 개선이 있다. 루테인 복합물, 제아잔틴 추출물, 빌베리 추출물, 헤마토코쿠스 추출물 등이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소재와 기능성 발굴도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안구 질환의 예방 및 치료 목적의 항산화 천연물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천연물 라이브러리와 초고속 활성 검색 시스템을 활용, 효능이 우수한 후보 소재를 발굴한다. 실험으로 유효성을 검증한다.
최근 비타민 함유량이 매우 높은 감나무잎이 주목받았다. 항산화 효과로 인해 눈 건강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새로운 기능성 원료로 인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산 토종 산채류에도 클로로겐산, 카페오일퀴닉산 등 화합물이 다량 함유돼 있다. 눈 건강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옛말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다. 인간은 정보의 80%를 눈을 통해 받아들인다. 그만큼 눈이 매우 중요한 감각 기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눈, 외부의 끝없는 습격으로부터 보호와 관리가 절실하다.
정상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융합연구센터장 shjung@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