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바프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받아들이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에는 큰 격차가 발생한다”면서 “이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어느 도시가 더 똑똑한 도시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탄생'을 쓴 P D 스미스 교수는 “도시는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달려가고 있다. 싱가포르, 바르셀로나, 코펜하겐, 헬싱키, 밴쿠버는 이미 스마트시티 대표 사례로 꼽힌다. 후발 주자의 추격도 거세다. 인도는 인프라 확충과 경제 성장을 위한 100개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총 19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중국도 '즈후이청시(智慧城市)'라는 이름으로 스마트시티 500개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마켓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이 오는 2019년이면 약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시장 규모가 4000억달러이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스마트시티 정책 목표와 지향점은 각기 다르다. 선진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도시 재생, 신흥국은 급격한 도시 문제 해결과 경기 부양에 각각 주목적이 있다.
시민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겠다는 것만큼은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시티 시장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을 선도했다. 2000년대 초 '유시티(U-City)'라는 고유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도 있었다.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민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제 정부는 과거 '유시티'의 성과는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각종 디지털 기술 융합으로 경제·사회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미래에 도시 공간이 혁신의 플랫폼이자 신산업 육성 기반이 되도록 할 것이다. 기존 도시에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것과 함께 국가 시범 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새롭게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달부터 시행될 '스마트도시법'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기성 시가지로 확대할 것이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도시 재생 뉴딜 사업과도 연계, 노후 도심에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시킬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의 핵심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추진, 창업 인큐베이팅 존 조성, 스마트시티 인증제 운영 등을 통해 신산업이 육성되는 스마트시티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과 협력해 국가 시범 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방안도 구체화한다.
그동안 산업혁명이 제품의 '생산 공간'에서 시작됐다면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모이는 삶의 터전인 '도시 공간'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공장이 아닌 도시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구글과 테슬라는 도시를 실험실로 삼아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켰다.
도시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구체화된 스마트시티 종합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국민 행복도 커지기를 희망한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sonb@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