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 아주대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국가 옴부즈만(차관급)을 겸직한다. 1주에 사흘은 학교에서 강의하고 이틀은 옴부즈만 일을 한다. 이틀을 하루같이 산다.
그는 기업을 찾아가 고충을 해결하는, 발로 뛰는 옴부즈만이다. 기업이 고충을 제기하면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는다. 지금까지 100여개 기업과 기관을 방문했고, 고충 민원 95%를 해결했다. 취임 후 매주 한 번꼴로 현장에 나간 셈이다.
그는 산업계를 거쳐 대학 교수로서 후진을 양성하다가 지난 2015년 2월부터 옴부즈만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9월 초 각계 인사 130여명으로 융합신산업촉진위원회를 결성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 규제 문제를 상시 분석, 검토해서 혁신 전략을 마련하는 민·관 소통 호민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를 지난 19일 오후 만나 그동안 옴부즈만 활동과 기업 규제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옴부즈만 활동은 어떻게 하는가.
▲옴부즈만은 교수직과 겸하고 있다. 1주에 사흘은 학교에서 강의하고 이틀은 옴부즈만으로서 기업 고충 업무를 처리한다. 옴부즈만직을 맡은 이상 정부와 기업 간 중간 역할을 하는, 이른바 민·관 소통 호민관으로서 융합 기술과 관련해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기업 고충을 해결해 주고 싶다. 그래서 서울 강남에 있던 옴부즈만 사무실을 경기도 안산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로 옮겼다. 지원센터의 업무 지원을 받아 기업 고충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힘들지는 않은가.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즐겁다. 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기업 고충을 해결해 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기업의 애로 사항은 기업에 생사가 달린 절실한 문제다. 빨리 해결해 주지 않으면 기업은 망한다. 생산이나 수출할 제품이 규제에 묶여 있으면 기업은 다른 방도가 없다. 나는 27년 동안 산업체에서 근무했다. 기업들의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오라클, SK C&C, 포스코ICT 같은 기업에서 27년 동안 근무했다. 그 가운데 17년을 임원으로 일했다. 기업체에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36살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계 이후 민간인으로서 4개월여 동안 정부 구조 조정 작업에 참여한 남다른 이력이 있다.
-기업 반응은.
▲2년여 동안 열심히 뛰었더니 애로 사항 접수 건수가 종전에 비해 약 9배 늘었다. 찾아가는 옴부즈만으로서 기업과 지역 관련 기관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어 애로 사항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범부처 산업융합촉진 워크숍과 기업체를 찾아가 분야별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 기업 고충을 해결하고 있다.
-고충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 기업 고충을 해결할 수 없다. 발로 뛰어다녀야 해결할 수 있다. 경험상 어떤 고충이건 안 돼도 네 번은 관련 기관을 방문해야 해법이 나온다. 필요하면 관련 기관 간 회의를 소집,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부처 간 끝장 토론까지 가서 문제를 푼 적도 있다. 나는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다. 누구 눈치 볼 게 없다. 오직 기업 고충을 해결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그동안의 고충 처리 현황은.
▲2년 동안 신산업 규제 관련 고충 120건을 접수, 95%를 해결했다. 융합 신제품이 시장 출시까지 들어가는 비용과 인증 기간이 길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컸다. 전기자동차 충전기는 인증에 드는 비용이 한 번에 3000만원이다. 모델별로 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관련 기관·전문가 회의를 통해 중복 검사와 인증 간소화를 추진, 한 달 만에 이를 해결했다. 또 한국산업분류코드가 없어서 3D프린팅,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산업의 경우 조달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하지 못했다. 분류코드가 없으니 수의계약도 못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한다. 이런 문제를 제기, 통계청이 분류코드를 7년마다 개정하던 걸 5년으로 단축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국내 기업인 큐라코가 환자 대소변을 자동 처리해 주는 자동 배설 처리 기술을 개발했지만 제품 성능과 안정성 인증을 받지 못해 사업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출시는 물론 수출도 불가능했다. 애로 사항을 접수해서 현장을 방문한 뒤 산업 융합 신제품 적합성 인증 제도를 안내, 단체 인증을 받도록 해서 고충을 해결했다. 이 회사는 국내 사업은 물론 자사 제품을 21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융합신산업촉진위를 결성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화, 플랫폼화, 서비스화다. 산업 간 경계는 점차 모호해진다. 우리는 여전히 업종을 구분하는 규제와 인증 절차로 말미암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기존 제도와 시스템의 변혁이 시급하다. 올해 매킨지에서 유니콘 세계 100대 스타트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 기업은 의료영상 진단기 기업인 루닛 한 곳이 들어갔다. 유니콘 기업의 사업 모델이 한국 규제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사업 가능한 기업은 43개뿐이었다. 나머지 57개 기업은 한국 규제에 걸려 사업을 할 수 없었다. 우버나 에어비엔비는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각종 규제로 신사업 창출에 제약이 많다. 우리가 각종 규제를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융합 신산업 분야의 규제와 애로 사항 해결을 위해 민·관 합동 지원 기구인 위원회를 결성한 것이다. 새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에서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과제로 '소프트웨어 강국, 정보통신기술(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을 선정한 바 있다.
-위원회 구성은.
▲위원장 아래 전기·자율자동차, 드론을 포함한 9개 분과 110명으로 이뤄져 있다. 분과는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 분과는 산(50%), 학(20%), 연(20%), 기타(10%)로 구성한다. 분과는 위원장, 부위원장, 분과위원 체제다. 또 정책, 표준, 특허, 수출, 제도 같은 분야별 산·학·연·관 전문가 20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의 주요 사업은.
▲산업 간 융합으로 인한 중복 인증이나 검사 간소화, 각종 분류 체계 개선, 산업별 규제 개선, 기업 시장 출시 신속 지원이다. 사업은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융합 산업은 어떻게 발전해 왔나.
▲융합 산업은 산업의 스마트화, 서비스화, 친환경화, 플랫폼화라는 네 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산업 간 관계가 긴밀하게 발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성장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생활 전반에 ICT가 융합하는 시대다. 일자리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 융합 산업은 아직 규제가 많고 유연성이 부족, 신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제도상의 보완점은 없는가.
▲융합 신사업의 제도상 유연성이 시급하다.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9월에 열린 국정 현안 점검 회의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 신산업 장벽인 규제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기업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옴부즈만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직접 옴부즈만실을 방문해서 고충을 접수시켜도 된다.
-기업이나 정부에 바라는 것은.
▲민간 중심 융합신산업촉진위가 출범한 만큼 기업은 융합 산업 규제 관련 애로 사항을 언제든지 제안해 주기 바란다. 옴부즈만으로서 최선을 다해 기업 고충을 해결해 나가겠다. 융합 산업 규제는 여러 부처와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융합 산업 규제는 범부처 간 컨트롤타워를 구성, 규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데이터 정보 공유 환경 조성이다. 공공과 금융, 의료 분야 데이터 기반의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규제 방식도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 또 유연한 법 해석과 테스트베드 운영 확대가 필요하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기업을 경영하듯 인생을 경영하라'다. 기업 경영은 조직 차원에서 경영비전, 경영전략, 경영계획, 경영관리를 한다. 그러나 개인은 인생 경영을 위해 인생비전, 인생전략, 인생계획, 인생관리를 체계화하지 않는다. 인생 경영도 체계화해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취미는 헬스와 등산이다. 지난해부터 1년에 한 차례 해외 명산 트래킹을 다녀온다.
이 교수는 인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아주대 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주대 신산업융합기술연구센터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 융합촉진 국가 옴부즈만을 겸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27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산업정보학회장과 공기업·정부 산하 기관 경영평가위원, 중앙행정기관경영진단 총괄책임,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실무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빅데이터서비스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를 비롯한 13권이 있으며, 20권을 내는 게 목표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