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5G 국제표준화 선봉에 서다

[기고]대한민국, 5G 국제표준화 선봉에 서다

지구촌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환경에서 인터넷 속도 향상에 중점을 둔 4세대(4G) 이동통신 표준(LTE)이 구현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4세대 이통 기술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혁신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공장 등 생활 편의와 안전을 향상하고 산업 생산성 혁신을 지원하는 5세대(5G)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구현을 위해 이통 기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호환을 위해 칩, 단말 제조사 및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 통신 서비스 사업자 간 기술 규격을 사전에 정하는 표준화 또한 국가 간 및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의 마당이 되고 있다.

현재의 이통 국제표준화 체계가 자리 잡은 것은 19년 전의 3GPP 설립 이후부터다. 3GPP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비롯해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민간 표준화 기구가 결성한 단체다.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롱텀에벌루션(LTE) 등 주요 이통 기술을 논의해서 합의된 기술 규격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 규격은 각국 표준화 기구의 공공 표준으로 채택된 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3GPP의 이통 규격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이런 체계로 ITU 국제 표준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기구의 하나인 ITU는 정부가 정회원 자격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다. 3GPP 규격이 ITU 국제 표준으로 제정됨으로써 3GPP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를 포함해 190여개 ITU 회원 국가에 빠르게 확산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과거에는 ITU에서 3GPP와 함께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3GPP2 등이 차세대 이동통신 국제 표준 제정을 위해 경쟁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현재는 ITU에 5G 기술 규격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는 국제 표준화 단체는 시장을 주도하는 3GPP가 유일한 상황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TU 5G 국제회의에서 국내의 5G 정책 추진 현황, 평창 동계올림픽 시연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5G 후보 기술 제출 의향'을 밝힐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제출할 5G 후보 기술은 그동안 산·학·연·관 모든 관계자가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뤄낸 결실이다. 5G 기술이 어떤 모습일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시기부터 이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둔 시점까지 무수한 논의와 논쟁 끝에 3GPP 규격에 반영된 우리의 기술 규격을 제출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의 5G 시장 추이를 반영한 기술 중심의 규격을 ITU에 가장 먼저 제출하는 것은 세계 최초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 5G 기술과 시스템이 3GPP 표준 기술 내에서도 가장 앞서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가 한발 앞서 5G 후보 기술 제출 의향을 공표함으로써 앞으로 3GPP, 인도, 중국, 일본 등이 제출할 5G 기술 간 ITU 합의 조정 과정에서 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190여개 ITU 회원국을 향해 우리 정부의 5G 표준화 추진 의지를 공식 천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5G 프런티어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5세대 이통 기술 개발을 위해 흘린 우리의 땀과 성과를 국제 표준화로 결실을 거둘 때다.

박재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kccpark@t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