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업,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10)실리콘마이터스… 창업10년 국내 팹리스 톱 업체로 우뚝

[첨단기업,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10)실리콘마이터스… 창업10년 국내 팹리스 톱 업체로 우뚝

실리콘마이터스는 2007년 2월 설립된 팹리스 반도체 업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실리콘+마이티(Mighty)+US의 합성어로, 실리콘(반도체 원재료)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은 아날로그반도체,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전력관리칩(PMIC)이 핵심 매출원이다. 100% 외산에 의존하던 PMIC를 처음으로 국산화한 회사가 바로 실리콘마이터스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실리콘마이터스 PMIC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마이터스의 매출액은 2091억원이다.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국내 팹리스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다. 팹리스 업계는 과거 2~3년간 실적에서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리콘마이터스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창업 10년 만에 국내 최대 팹리스 업체로 올라섰다. 세계적인 아날로그반도체 업체도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실리콘마이터스를 최대 경쟁사로 삼고 있을 정도다.

실리콘마이터스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본사와 연구소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상하이와 선전, 이탈리아에 디자인센터와 영업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실리콘마이터스 연결 자회사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드라이버IC를 만드는 와이드칩스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오디오 칩을 만드는 팹리스 업체 아이언디바이스를 관계사로 편입시키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주력제품은 전력관리 솔루션

실리콘마이터스는 생산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칩 설계만 하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다. 국내 대부분 팹리스가 디지털 반도체에 집중할 때 실리콘마이터스는 아날로그반도체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날로그반도체는 빛과 소리, 전력 등 각종 아날로그 신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창업 초기 액정표시장치(LCD) PMIC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 전력관리 기술을 통합, 하나의 칩으로 개발하면서 다양한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과 거래를 성사시켰다.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성공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분야로도 본격 진출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의 주력 제품에 실리콘마이터스 PMIC가 들어간다. 실리콘마이터스 PMIC는 기존 경쟁 업체 제품과 비교해 다양한 기능을 칩 하나로 모아 시스템 설계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PMIC는 미국 맥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독일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 등 세계 3~4개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분야다. 실리콘마이터스가 창업하기 전 국내 시스템업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2007년 창업한 실리콘마이터스는 이듬해 첫 매출 5억원을 낸 뒤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스마트폰 PMIC 출하가 확대되면서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5년 1683억원, 지난해 20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실리콘마이터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2007년과 2009년 각각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월든인터내셔널과 이플래넷이 실리콘마이터스에 투자했다. 세계반도체연맹(GSA:Global Semiconductor Alliance)은 2009년 실리콘마이터스에 '주목할 벤처기업상(Start-up to Watch)'을, 2011년에는 '최우수매출성장업체상(Outstanding Revenue Growth Award)'을 수여했다. GSA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TSMC 등 세계 500여개 반도체 업체가 회원사로 활동 중인 단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지난해 11월 스마트폰용 PMIC를 개발한 공로로 대한민국 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12월에는 무역의 날 수출 2억달러탑을 수상했다.

◇OLED 구동칩, 오디오칩으로 포트폴리오 확대

스마트폰 PMIC를 잇는 실리콘마이터스의 신성장동력은 소형 OLED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DDI)와 오디오 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OLED용 DDI 설계회사인 와이드칩스를 인수했다. DDI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핵심 부품이다. LCD용 DDI 공급사는 많지만 OLED용 DDI는 전류를 균일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공급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가 OLED 패널을 주요 디스플레이로 채택하고 있는데다 중국과 일본의 패널 업체가 OLED 양산을 위한 개발 작업에 매진하고 있어서 DDI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디오 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오디오칩 설계 전문 회사인 아이언디바이스의 지분 28.57%를 취득,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오디옻미을 공급해온 아이언디바이스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외장 스피커 등으로 매출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 같은 오디오칩을 설계할 수 있는 업체는 아이언디바이스가 유일하다. 아이언디바이스의 잠재 고객사는 실리콘마이터스와 직접적으로 거래하고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스마트폰용 PMIC와 OLED용 DDI, 오디오칩을 3대축으로 해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도 앞으로 개척해야 될 시장이다. 우선 공략할 시장은 자동차 배터리를 관리하는 전력반도체로 서울대와 산학협력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허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전력관리 솔루션을 포함해 디스플레이, 오디오 분야에서 제품 라인업을 다 갖고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된다”면서 “아시아 지역에선 실리콘마이터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마이터스는 한국 코스닥, 미국 나스닥 등 상장 계획도 갖고 있다.

◇경쟁력 핵심은 인재 경영

실리콘마이터스는 임직원 280여명 가운데 개발자가 180여명에 이른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25%선으로 매우 높다. 이 같은 지속적 R&D 투자가 창업 10년 만에 국내 최대 팹리스 반도체 업체로 성장한 비결이다. 특히 '인재 중시'는 허 대표가 가장 크게 내세우는 제1의 경영 원칙이다. 허 대표는 “아날로그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오랜 경험과 설계 노하우를 지닌 정예 연구원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마이터스의 연봉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높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미국식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13년도 이익잉여금으로 11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직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인재 중시 경영과 국내 제1의 팹리스 반도체 업체라는 자부심이 어우러져 전체 직원 퇴사율이 2% 미만으로 낮다. 개발 직군의 경우 퇴사율이 1%가 채 안 된다.

허 대표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성과 보상 체계가 미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실리콘마이터스는 앞으로도 확실한 성과 보상, 공유 체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등 인재 중시 경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가 이러한 경영 철학을 가진 배경은 자신이 바로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삼성전자,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매그나칩반도체 등에서 개발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실리콘마이터스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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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