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재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압박 속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의회관에서 '제29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
한미재계회의는 전경련과 미국상의가 양국 경제협력과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설립한 민간경제협의체다. 양국 재계 간 최상위 협력채널로 한미 FTA 체결,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등에 기여했다.
우리 측은 총회에 조양호 위원장(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과 안호영 주미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전경련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철강·세탁기·태양광 업체에 대한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통상 공세가 잇따르고, 한미 FTA 개정 협상 착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주요 미국 투자기업과 전 통상관료 등 민관을 망라해 한국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런 브릴리언트 상의 수석부회장과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대사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조양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불안정한 지금 새로운 한미 FTA가 단순 경제협정이 아닌 63년 역사 안보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재계회의가 2000년 처음 한미 FTA를 제안해 양국 경제동맹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향후 개정 협상에서도 상호 호혜적 무역·투자 증진 및 일자리 창출의 '포지티브-섬(Positive-sum)' 협상 결과가 도출되도록 한미 재계가 제반 여건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재계는 한미 FTA가 양국 동맹을 뒷받침하는 축으로서 무역·투자 확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기반이 됐다는 데 공감했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한미 FTA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며, 한미 FTA가 없었다면 양국 무역 불균형이 더 심화했을 것이라는 인식도 공유했다. 협정 파기 시 양국 기업 수출경쟁력 저하와 수십만 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한미 FTA 개정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재계회의는 총회를 마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리측 위원들은 미국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달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1만1000명분의 새 일자리를 제공했다”면서 “공식집계가 시작된 1968년 이후 한국의 신고기준 누적 대미 직접투자 금액도 올해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북핵 문제 관련 특별대담과 같은 자리를 수시로 마련하고,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미국 철강·가전 업체의 한국 업체를 상대로 한 통상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