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정감사]"과기법 사실상 무용지물…예산권 조속히 확보해야"

과기정통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권, 예비타당성조사권 미확보로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가 공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과학기술기본법을 사실상 위반하며 월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과학기술 르네상스'도 헛구호에 그칠 것으로 우려됐다. 국감 위원 다수가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현행법 상 과기정통부가 각 부처의 R&D 투자 우선 순위, 중기 사업 요구를 받아 자체 조사·분석·평가해 예산 배분조정안을 만들도록 돼있다. 과기법 상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심의를 거친 조정안을 기재부가 반영해야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두 뜯어고친다”면서 “과기법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 지적은 국가 R&D 예산의 결정 구조 왜곡을 꼬집은 것이다. 과기법은 각 부처의 R&D 예산 수요를 과기정통부가 심의·조정해 배분조정안을 만들도록 했다. 이 조정안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거쳐 기재부로 넘어간다. 기재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심의회 안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 규정이 관행처럼 무시됐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저 역시 그 부분이 미흡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예타 권한 이관이 검토되고 있고, R&D 예산 지출한도(실링)도 기재부와 공동 설정하도록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다.

현 정부는 출범 초 과기정통부에 과기혁신본부를 설치하고 R&D 예타권과 지출한도 공동설정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강화'라는 국정과제 일환이다. 기재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실현이 미뤄지고 있다.

최 의원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 석상이나 대통령 보고 석상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얘기하고 밝힐 계획이 있나”면서 “부처 이름이 과기정통부로 바뀐 데에는 이런 이유(과학기술 혁신)가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신상진 위원장도 유 장관의 해결 의지를 재차 따졌다.

유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분명히 말씀드려 긍정적인 답을 받았고, 부처 간 중재를 위해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이 나선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해 매듭이 지어질 예정이고, 기재위 의원들께도 설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개발을 가로막는 한·미 미사일 지침도 도마에 올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침은 100만 역적(力積) 이상의 힘을 가진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금지한다. 이는 500㎏의 물체를 300㎞ 보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인도 등이 6500만~7000만 역적급 고체연료 로켓을 보유한 것에 크게 뒤진다.

김 의원은 “국가 주권을 제약하는 조약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 지침은 유의미한 고체연료로켓 개발을 원천봉쇄하는데도 어느 부처도 대꾸가 없다”면서 “과기정통부도 우주 개발을 직접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현황을 파악하고 분명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연구실안전법 개정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연구 종사자가 많아진 만큼 사고, 중대사고도 늘고 있는데 우리 연구실안전법은 목적 자체가 연구 자원의 효율적 관리고, 사람 보호가 빠져 있다”면서 “이건 시대에 맞지 않고, 대통령 말씀대로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법이 개정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