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5>정치야, 발목 잡지 마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710/1002650_20171016135216_202_0001.jpg)
고함치면서 싸우다가 문을 박차고 나와 길거리 농성에 참가하기도 하고, 행사장에는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만 회의장은 텅 비어 있다. 의제를 공부하고 이해하기보다 편싸움에 능해야 다음 공천에 수월하다. 안타까운 우리나라 정치 모습이다. 사전이 말하는 '국가 권력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활동 또는 사회 질서 유지나 국민의 삶 향상을 위해 이해를 조정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다행히도 충분하진 않지만 국민에게 비쳐지는 정치 수준이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정도론 향상되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5>정치야, 발목 잡지 마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710/1002650_20171016135216_202_0002.jpg)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하면서도 급격한 변화가 사회 각지에서 일고 있다. 정보 침해와 스몸비족이 문제를 일으키고, 드론과 자율자동차 출현이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관계의 틀을 바꾸고,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및 유통 구조 변화와 함께 일자리 이슈를 부각시킨다. 한 의제에 논쟁, 설득, 결정의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정치가 방해꾼 역할을 하는 것은 안타깝다. 아직도 구습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위원회는 전국 14개 시·도가 전략 산업을 기획하고 규제를 철폐한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프리존특별법안'을 제안했다. 궁극으로는 규제가 실제로 피해를 주는지, 규제 프리가 실제로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규제 정책 변화를 꾀하려는 신선한 시도였다. 그러나 다수의 호응에도 다른 법안과 함께 폐기됐다가 20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논란과 함께 재상정됐다. 여당은 지난 정부가 제안한 법안이어서 부담스러워 하고, 야당은 현 정부가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를까 봐 부담스러워 한다면 큰 실망이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지 이외는 논의에서 제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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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폐기한 법안은 1만건에 이른다. 정치 현안이 발목 잡는 식의 법안 논의가 정치 비중이 낮은 법안들을 볼모로 삼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직무 유기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그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직함 늘리기와 줄 서기에 능한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 정치인을 일선에 세워야 한다. 정치 싸움과 정치 행위를 분리, 변하는 시기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국민이 그들의 배경보다는 그들의 행위를 평가할 때 가능한 일이다. 정치가 미래의 길목을 막으면 우리나라도 정치 혼란 속에서 퇴보한 중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치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물론 단순한 정치 논리로 이명박 정부가 전자정부를 침몰시킨 일이나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기만한 많은 일은 심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적폐 청산이 모두 정치의 몫은 아니다. 국민들의 지원을 받아 적폐 청산을 하는 경우에도 경계선을 냉정하게 준수하지 않으면 또 다른 적폐를 낳을 수 있다. 대통령 국정 과제 관리 시스템 이지원을 재생한다는 소식이 적폐 청산만큼이나 중요한 정치 행위다. 이 밖에도 정치가 풀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국정감사도 성공리에 진행해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임명해야 한다. 미뤄진 법안도 이미 수천개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국회의원 300명과 1만명에 육박하는 지원군이 있다. 국민도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유명인이 되려고 하는 정치인과 정치를 하려는 정치인 비율이 어떤지에 달려 있다. 혁신은 사회 리더인 정치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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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