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감장 노트북에 붙인 정부비판 '문구'...여야 신경전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에 정부를 비판하는 문구를 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신경전이 펼쳐졌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16일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좌석 노트북 전면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졸속 탈원전 중단하라'는 등의 문구를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민주당은 “국감을 정쟁화한다”며 문제 제기했다.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는 한국당 의원들의 이 같은 시위로 여야 공방이 벌어지면서 30여 분간 파행됐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의원들의 발언 기회가 있으니 정리를 하는 게 맞다”며 한국당 시위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러자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휴대전화로 과거 민주당 의원들의 유사한 시위 사진을 내보이며 “'친일독재미화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홍보용 스티커를 붙이고 (국감을) 진행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1시간 정회된 정무위는 한국당이 문구를 붙인 노트북을 덮는 선에서 정리됐다.

농해수위 국감장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야는 한국당의 문구 시위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다 1시간 만에 정회했다. 한국당은 시위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로 20여 분 만에 국감을 재개했다.

국토위는 한국감정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의 본격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당 문구로 신경전을 벌였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학생으로 치자면 저희는 중간고사도 안 본 입장인데 (한국당의) 문구가 좀 원활하게 상임위 진행하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헌승 한국당 의원은 “여당이 야당 시절에는 이것보다 더한 문구도 많이 붙였다”면서 “문구 갖고 감사 진행을 못 한다고 하면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느냐.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면 된다”며 맞받아쳤다.

복지위도 문구를 두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1시간여 공방이 오가면서 본질의 시작이 지연됐다.

반면 기재위에서는 문구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과방위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졸속 탈원전 중단하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붙이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벌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