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연구원(KETI)이 희토류 사용량을 줄여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모터를 개발했다.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비희토류형' 모터 기술도 확보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등에 필수 소재로 사용되지만 매장량이 적은 희유금속을 말한다.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대체 기술에 관심이 높았다.
KETI(원장 박청원)는 지능메카트로닉스연구센터 유세현 박사 연구팀이 기존 대비 30% 이상 희토류를 줄인 모터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신규 모터는 희토류 '네오디뮴(Nd)' 영구 자석을 줄인 것이다. 영구 자석 사용 공간에 전기 강판을 적용했다. 이 경우 영구 자석에서 나오는 자속의 집중화에 의해 포화 현상(자속 크기 제한)이 발생한다. 이를 KETI는 설계 독자 기술로 없앴다고 설명했다. 희토류 사용을 줄이면서 성능은 희토류형 모터 수준을 구현했고, 생산 공정을 간소화해 30% 이상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KETI는 또 비희토류인 '페라이트(Ferrite)' 영구 자석을 사용하는 모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페라이트 소재를 최대한으로 넣을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5kW급 출력 기준 네오디뮴(Nd)를 사용한 모터와 비교할 때 동일한 출력 밀도에서 동등 수준 이상의 효율을 확보했다고 KETI는 설명했다. 페라이트 사용으로 희토류 모터 대비 약 30%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 개발한 모터는 전기자동차와 로봇관절용 등에 활용된다. 정밀제어 분야뿐만 아니라 모터 단품의 효율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좌우되는 팬, 펌프 등 다양한 산업용 모터 분야에도 접목할 수 있다.
박청원 KETI 원장은 “모터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로봇, 드론 등 신산업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기술 확산을 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지원으로 개발됐으며, 한양대·울산대·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 연구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2017년 국가 R&D 100대 우수 과제에 뽑혔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