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회적 경제]정부, '착한기업' 키워 고용·양극화 해결…위법·부실기업 대책은 미흡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착한 기업'을 키워 고용·양극화 문제 해결에 나선다. 역대 정부 최초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한다. 이익보다 나눔에 무게를 둔 사회적 경제기업(이하 사회적 기업)이 활발하게 창업·영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크게 뒤쳐진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가 양적·질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사업이 아닌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거나, 불법을 일삼는 일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리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경제, 경제정책 중심으로…“판로·금융 지원에 초점”

정부는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적 경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정부가 사회적 경제 대책을 마련해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문재인 정부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양극화·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책도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기존 사회적기업의 지속적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서는 판로 확보와 금융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우범기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은 “사회적 기업 자생이 어려운 것은 판로와 금융 문제 때문”이라며 “성장해야 할 시기에 금융 접근성이 낮고, 판로 확보가 어려워 도태 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 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 향후 5년 내 최대 5000억 원까지 보증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다. 정책자금 내 사회적 기업 총액 대출목표를 신설하고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성장사다리펀드 내에 사회투자펀드(가칭)를 올해 3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2022년 최대 1000억 원까지 확대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을 활용한 사회성과 보상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에 대한 크라우드펀딩 투자기반을 조성한다.

사회적 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역할을 강화한다.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국가계약 낙찰기준에 사회적 가치 반영 원칙을 신설한다. 종합심사낙찰제도 심사기준에 '사회적 책임' 가점을 종전 1점에서 2점으로 높인다. 지금은 권고사항인 국가·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제품 우선구매를 의무화 한다.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개정할 때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촉진을 반영하고,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도 연계해 반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소셜벤처, 사회서비스, 주거환경 등 각 분야별 사회적 기업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소셜벤처에 대한 임팩트 투자(재무적 수익을 달성하는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기관이 적은 점을 감안, 내년 1000억 원 규모 '임팩트 투자펀드'를 신설한다. 신설 펀드는 모태펀드에서 출자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사회적 기업 신규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요건을 완화한다.

우 국장은 “창업 단계에는 사회적 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2년 동안의 일종의 인큐베이팅 과정인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제도가 있다”며 “지정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해 신규진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 △국토교통형 예비 사회적 기업 제도 도입 △지자체 유휴·공공시설 지원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 육성 △협동조합 등 주민 참여형 신재생에너지 보급모델 확산 등을 추진한다.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사회적 경제 3법을 제정하고, 기재부 중심으로 관계부처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정책 수립·조정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

우 국장은 “(국회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상 위원회는 청와대에 생기고 기재부는 사무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탈법·정부의존 지적에도 '관리 방안'은 미흡

이번 정책은 사회적 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보니 부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리 방안은 크게 부실했다는 평가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회적 기업 1716곳 중 615곳(35.8%)이 노무·회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당국에 적발됐다. 2015년 적발된 기업은 717곳(47.6%)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이 법을 어기면 40만~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아직 부과 사례는 없다.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5년 고용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1506곳 가운데 21곳(1.4%)의 연매출은 노무비(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인건비)의 50% 미만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는 연매출이 노무비의 50% 이상인 기업에만 사회적 기업 인증을 부여하는데, 이는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매출이 노무비의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회적기업은 인증 획득 후에는 해당 기준에 미달했다. 이 때문에 실제 사업이 아닌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사회적 기업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종전의 직접지원을 간접지원 중심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종전에는 창업·홍보·직접 지원 위주였다”며 “앞으로는 사회적 경제조직 성장생태계구축을 위한 간접지원을 확충하고, 인건비와 같은 직접지원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큰 조직에만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내놓을 세부 대책에서 관리 강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우 국장은 “이번 대책은 정부 차원의 시급한 실행과제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연말까지 금융, 인력양성 등 부문별 중장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는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워서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와 지자체 역할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