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 유관 산업에 찾아온 기회

생활·정보가전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시점부터 국내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자동차 시장을 곁눈질해 왔다. 이익률도 높고, 안정되고, 미래 가치가 커 보이는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부품, 소재, SW 업체는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인정하는 회사 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이들 분야 중견기업쯤 되면 중장기 사업 계획에서 자동차 시장 진출 로드맵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용 부품, 소재, SW 시장 진입 장벽은 높다. 투자 부담이 크고, 안전과 직결되는 부문이 많아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일단 한 번 시장을 뚫으면 안정 경영이 가능하지만 안정 수준에 오르는 자체가 힘겹다. 이미 자동차 선진국 기업이 탄탄하게 포진해 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한다.

그렇게 힘겨운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소재·SW 기업에 주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첨단 부품과 SW를 한국에서 조달하는가 하면 국내 대기업과는 서비스 협력을 시작했다.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국내 기업에 협력을 제안하는 해외 자동차제조사도 급격히 늘고 있다. 배터리 분야는 국내 기업을 모시는 분위기다. 지난 20여년 동안 자동차용 시장에서 푸대접만 받아 온 한국 부품, 소재, SW 기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부품·소재·SW 업계는 1990년대에 가전, 2000년대에 PC와 휴대폰에서 기회를 잡아 성장했다. 그리고 2017년 지금 자동차에서 그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정부는 업계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책 배려를 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모든 기회를 주변 경쟁국 기업에 빼앗긴다. 우리는 제한되지만 가전, 휴대폰 분야의 글로벌 부품·소재 시장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우리는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