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이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라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야권은 또 정부가 공론화위 운영 근거로 제시한 국무총리 훈령을 어긴 '월권'으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를 주장했다. 여당은 '성과론'을 내세우며 정책 결정에 공론화 활용 영역을 늘려야 한다고 응수했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와 향후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야권은 공론화의 적법성과 '탈원전 정책 이행' 권고를 문제 삼았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가 공론화의 법·제도 근거로 제시한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만이 공론화 대상으로 명시됐다”면서 “공론화위가 이번 발표에 탈원전 정책 이행에 관한 권고를 담았기 때문에 공론화위원장 등 담당자의 심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론화위는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에너지 정책까지 권고, 논란을 낳았다. 당초 공론화위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에 국한된 것으로, 정부 원전 정책 전반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손금주 의원은 “전문가 그룹의 논의 없이 탈원전을 권고한 것도 문제”라고 부연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공론화의 근거와 정당성이 없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서 “대의정치 원리를 위배하고 정부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공론화가 갈등을 해결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의회 정치의 근간을 흔든다”고 질타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론화위의 건설 재개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까지 덮을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무모함과 오만함 때문에 큰 사회 비용을 치렀다”고 성토했다. 김도읍 의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할 정책을 비전문가인 민간인들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론화 도입 확대를 우려했다.
여당은 새로운 정책 결정 수단으로 공론화 도입 확대를 주장하며 야당에 맞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론화 절차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야당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문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밟고 국회 협조를 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홍익표 의원은 “갈등이 따르는 사안은 정권이 반드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공론화를 통해 국회와 협조하는 게 좋다”면서 “공론화는 서구 사회에서 의견 수렴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회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흠결이 대표자와 국민 간 괴리”라면서 “전문가, 엘리트 집단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