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은 소비자와 소통하는가

최재필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기자.

오래 전 사건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 직원이 긴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저희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애플코리아 관계자였다. 애플에 민감한 기사가 나왔고, 이통사가 기자에게 관련 내용을 알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미국, 중국, 대만, 캐나다, 일본, 그리스 등에서 애플 아이폰8 플러스의 배터리 스웰링(팽창) 현상이 10여 차례 발생했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발생한 사고였다.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당시 애플코리아 관계자와 이통사 직원이 나누던 대화가 생각났다.

애플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에 '11월 3일 아이폰8·아이폰8 플러스를 국내 출시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애플이 출시일 발표와 동시에 아이폰8 플러스의 배터리 스웰링 현상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점은 침묵했다.

애플은 아이폰8 플러스의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 발생한 이후 성명을 내고 “스웰링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간단히 밝혔다. 불과 2주밖에 안됐다. 애플에 당장 배터리 스웰링 현상 원인을 밝히라고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통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된다는 의미다. 애플은 정말 소비자에게 '척하면 척' 하고 반응하는 이심전심을 기대한 걸까. 침묵은 능사가 아니다. 불신을 키울 뿐이다. 배려가 기업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 애플은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아이폰8 시리즈의 예약이 코앞이다.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비자가 믿고 구입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답은 애플만 안다. 소비자가 궁금한 점은 기업이 답할 책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는 애플코리아 관계자처럼 당장 전화라도 걸어서 물어 볼 곳도 마땅치 않다. 정식 출시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떳떳하다면 “안심하고 구매해도 좋다”는 짧은 한마디라도 내놔야하지 않을까.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