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6>개방하는 용기와 결단이 열쇠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6>개방하는 용기와 결단이 열쇠

교육 정책 토론회에서 “학기말 성적을 상대 평가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대학 교수의 불만에 담당자인 듯한 사람이 “절대 평가로 변경하면 어떠냐”고 묻는다. 다른 쪽에서는 즉각 절대 평가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현실성이 있긴 해도 사실은 별로 의미 없는 논쟁이다. 대학 또는 교수가 자신에게 적절한 평가 방법을 취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제에 스스로 굴레를 씌우고, 그 굴레를 벗기 위해 시간과 인력을 낭비한다. 평가 방법의 다양성 미확보로 생기는 폐해다.

4차 산업혁명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모바일네트워크,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기반 기술을 총동원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지능형 전자정부, 의료계의 숙원인 AI 병원, 자동화된 공정과 유통으로 스스로 운영하는 스마트팩토리, 기존 강의 형태에서 탈피한 스마트교실, 심지어는 간단한 사이버 상거래까지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그러나 맞춤형 서비스의 실현은 기술 구현에 앞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 양식이 기술 응용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를 인정하고 신뢰해야 한다. 단순 서비스가 다양화되는 과도기에는 현재에 묶여 있는 사고에서의 탈피가 최대 난관이다.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 효용성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다양화의 최대 적인 행정 편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 능력의 한계로 단순해야 처리할 수 있는 많은 과정을 컴퓨터의 무한한 기억력과 처리 속도로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의 능력과 컴퓨터 기술을 신뢰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서비스를 용인해야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 출발할 수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6>개방하는 용기와 결단이 열쇠

둘째로 정책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규제와 규정은 여러 갈래 길 가운데에서 열린 길 몇 개를 지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길을 허용할수록 관리가 복잡하고 부작용 우려도 있겠지만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불가피한 길을 제외하고는 모든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진정한 규제 개혁 모습이다. 복잡한 관리와 예견되는 부작용의 해결은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맡길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이 흔히 발생하는 사고 등 부작용을 예견해 대비하게 하고, IoT센서 설치로 과정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위험에 대비하면 될 일이다. 규제를 빌미로 갑질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6>개방하는 용기와 결단이 열쇠

셋째로 서비스 생산자와 품질 평가가 다양해져야 한다. 그동안 서비스 생산자는 근로 정도와 시간, 제품 품질로 결정돼 왔다. 그러나 사이버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품과 다양한 정책 수행이 동반되기 때문에 생산자 평가도 다양해지고 새로워져야 한다. 복잡해지는 작업 현장의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기 위한 평가 제도 정착은 섬세한 작업이다. 적절한 평가 제도의 점진 진화가 필요하다. 단순하고 불합리한 평가를 수행해 온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과 함께 정책 입안자와 수행자의 사고가 열려 있지 않으면 열린 미래 구현은 요원하다. 4차 산업혁명 성공으로 강국의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방해하는 요소 제거에 승부를 걸 때다. 사람과 제품 신뢰, 규제 일변도 행정과 정책 탈피, 평가 제도 전환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내일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6>개방하는 용기와 결단이 열쇠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