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외부에서 신기술을 발굴, 내재화하는 '연계개발(C&D)' 전략에 속도를 낸다. 인수합병(M&A)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인력 흡수 등 C&D 전략을 다변화해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넥스트'를 통해 스타트업 크로우스네스트와 지라프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투자나 기술 공동 개발이 아닌 스타트업 인력을 삼성전자 내부로 흡수해 자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인수한 스타트업으로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전문 인력을 흡수해 기술 개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우스네스트는 2013년 설립된 IoT 전문 스타트업이다. 특정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IoT 환경을 고도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했다. 특정 장비나 네트워크, 개발 키트가 없이도 쉽게 IoT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지라프는 모바일과 웹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두 회사 개발자를 채용한 것은 해외 스타트업의 기술 내재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신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을 인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창구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활발한 해외 스타트업 인수로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2014년 IoT 전문기업 스마트싱스를 M&A해 가전 제어 애플리케이션 '삼성 스마트싱스 허브'를 출시한 것으로 시작해 루프페이(2015년), 조이언트(2016년), 하만(2016년), 비브랩스(2016년)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사들였다. 모두 클라우드 솔루션을 비롯해 삼성페이, 빅스비 등 삼성 신사업의 토대가 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공세적 M&A의 발목 잡았다. 삼성전자 내부 의사 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해외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올 1분기 해외 투자는 0건이었고, 2분기 음성기술업체 이노틱스 한 곳만 인수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C&D 전략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시작됐다”면서 “이 부회장 부재로 한동안 M&A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하는 C&D 전략에 힘을 실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우스네스트와 지라프 사례는 삼성전자 C&D 전략 다각화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삼성전자지만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스타트업이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만큼, 향후 신사업 방향도 B2B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급성장하는 IoT 시장에 대응하려는 삼성전자가 크로우스네스트 인력을 통해 어떤 IoT 솔루션을 선보일지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사 개편 등) 조직 혁신을 예고한 만큼 의사 결정 시스템 회복으로 활발한 M&A 전략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