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스마트홈 경쟁도 가열된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저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선보이며 거실 선점을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기술 고도화뿐만 아니라 음성 콘텐츠 중심으로 콘텐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진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스마트홈 공략 핵심으로 스피커에 주목하는 이유는 집 안에 있는 다양한 기기를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 하드웨어(HW) 제조사, 전자상거래 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홈 영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한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 첫 AI 스피커 '에코(Echo)'를 선보인 뒤 기술 고도화와 제품군 확대로 선두를 유지해 왔다. 4월 AI 스피커 '에코룩(Echo Look)'을 선보였다. 기존 에코에 카메라와 알렉사 기계학습 기능을 결합했다. AI가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 전신을 보고 가장 어울리는 의상을 추천한다. 이어서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에코 쇼(Echo Show)'도 공개했다. 이용자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를 때 모든 선택지를 일일이 듣지 않아도 되도록 구현했다. 영상 통화 등 새로운 기능도 탑재했다. 모든 에코 기기에 통화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1000만대를 돌파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AI 스피커 '구글홈' 판매를 시작했다. 검색엔진 구글과 연동, 정보 검색에 강점을 보인다. 미국의 다수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터치 화면을 장착한 새로운 구글홈 제품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출시 1년 만에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MS도 올해 들어 스피커 제조사 하만카돈과 협력, 음성비서 코타나가 탑재된 AI 스피커 '인보크(Invoke)'를 공개했다. 음악 재생, 교통 상황 확인, 조명 관리 등 스마트홈 기능을 탑재했다. 스카이프로 인터넷 전화도 가능하다. 애플은 12월 첫 AI 스피커 '홈팟(HomePod)'을 선보일 계획이다. 충성도 높은 애플 기기 고객과 보유 음원 4000만곡이 넘는 애플뮤직 등 서비스를 앞세워 스마트홈 경쟁에 뛰어든다.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이 '딩둥(丁東)'을 선보인 뒤 바이두, 샤오미 등이 경쟁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AI 스피커 시장 진출을 시사했다.
경쟁 상황 속에서 시장 규모도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15년 3억6000만달러(약 4050억원)에서 2020년 21억달러(2조3600억원) 규모의 성장을 전망했다. 매년 평균 40%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도철구 스마트홈협회 본부장은 “AI 스피커는 스마트홈을 이용하는 중요한 관문으로 떠올랐다”면서 “사물인터넷(IoT) 지원 가전이 확산되면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스피커 확산에 따라 콘텐츠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구글은 최근 화면 달린 아마존 '에코 쇼'에 자사 서비스 유튜브의 영상 제공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에코 쇼 가격을 229.99달러에서 199.99달러로 낮춰 응수했다. 도서 구매 플랫폼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그동안 축적한 오디오북 콘텐츠가 강점이다.
국내에서도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오디오북이 발달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음성 콘텐츠 시장이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팟빵 중심으로 이어 오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 시장에서 올해부터 NHN벅스 '팟티',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이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식의 음성 콘텐츠 지원과 개발을 병행한다. 음성 콘텐츠 제작과 기술 지원에 매년 100억원, 3년 동안 총 300억원을 투자한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AI 스피커, 커넥티드카 등이 급부상하면서 팟캐스트 시장 규모가 커지고 협력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해외 오디오북 콘텐츠가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음성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