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추가 대출 '바짝 조인다'…실효성에는 의문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급증하는 빚'과 '임박한 금리인상'에 대한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에 있다고 보고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당초 검토했던 DTI 전국 확대는 나중으로 미뤄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신 DTI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되면서 풍선효과로 규제 회피 목적 신용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 총량이 단기간에 추세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총량도 문제지만, 빠른 증가 속도가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54%)이 주택담보대출인 만큼 이 부문에서 추가 대출 규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 이번 대책을 내놨다.

신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한도를 정할 때 모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하도록 했다. 8·2 부동산 대책의 다주택자 중심 규제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다주택자는 사실상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DTI 전국 확대는 추후 검토하기로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DTI도 종전 DTI와 마찬가지로 수도권과 부산,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주택담보대출의 63%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8·2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이 일부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병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규제회피 목적 신용대출이 없는지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DTI가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면, DSR은 대출 전반을 조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한도대출 때 모든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지표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2019년)보다 시행 시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정부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정부가 취약차주·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함께 담은 것은 '가계부채 질'이 나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가계부채 중 100조원은 '상환불능' 상태로 판단했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부채도 9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가 크게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점차 인상하는 추세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위한 일부 대책은 기존 정책의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심성 정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취약 계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거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