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KT 보은 위성센터'...사이버테러 최종보루 '금융 벙커센터' 잡초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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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테러 및 EMP 사이버 공격의 최종 보루인 금융 공동 벙커 백업센터 건립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실행기구인 금융결제원 등이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수년째 벙커 백업센터 건립 사업을 보류했다.

정부부처 간 탁상행정으로 공익 목적으로 부지를 공급하려던 KT까지 낭패를 보고 있다. KT는 부지 우선협상자로 지정되면서 충남 보은에 위치한 위성센터 부지 매각도 못한 채 발이 묶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눈 '금융권 공동 제3 백업센터' 건립이 재원까지 마련한 상황에서 멈췄다. 최근 북한 사이버테러에 대비한 EMP 방호시설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지만 금융결제원이 사업 자체를 연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부터 논의되던 제3 백업센터 구축사업은 2014년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면서 본격화했다. TF에는 대형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사 등 20여개 금융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와 15개 시중은행은 수도권을 제외한 140곳을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 2015년 11월 충북 보은에 위치한 KT위성센터 부지를 선정했다. 20여개 금융기관 실무진으로 구성된 기술 TF와 기획·예산, 환경·건축·법률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에서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1월에는 분담금 합의까지 마쳤다.

그러나 실행 주체인 금결원이 이 사업을 맡으면서 이 프로젝트는 멈췄다.

금결원이 벙커센터 건립을 자체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변경하고 부지 매각 협상 등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 EMP 공격 가능성 등 사이버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벙커형 백업센터 구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면서 “부지를 제공하려 한 KT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KT는 위성센터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매각하는데 합의했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부지 매각은 물론 유휴 시설로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3만3000㎡(약 1만평)에 이르는 땅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금결원 산하 백업센터 추진반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은행은 실행기관이 금결원으로 이관된 만큼 사업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대로라면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를 통해 사업 자체를 또다시 의결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참여 은행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제3 백업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미국, 이스라엘 등 해외 벙커형 백업센터를 벤치마킹하고 EMP 등 차폐 시설까지 갖춰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보안 관계자는 “지능화하는 사이버 테러 손실은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금융 데이터의 유실 방지는 금융사가 준수해야 할 필수 사항인 만큼 조속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