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노동계 만찬을 보며

24일 전혀 다른 사안인데 어쩐지 듣는 상대방의 느낌은 비슷한 발언이 미국과 한국에서 따로 전해졌다.

하나는 미국 백악관에서 나온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달 한국 방문을 두고 백악관의 한 인사가 “한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국 가운데) 한국에서만 국회 연설을 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다”면서 “아주 특별한 방문”이라고 한 것이다. 때마침 미군 특수부대 전사자 유족에게 한 진정성 없는 발언으로 자국 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유일무이한 방문이라고 반기는 우리나라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상대국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으며, 정상회담을 하러 오는 손님치고는 너무 과대하게 자기 포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기 없이는' 한반도 평화가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는 메시아성 발상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다른 하나는 한국 청와대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노동계와 만찬을 겸한 회동을 앞두고 청와대 인사가 “(청와대) 본관 접견실은 주로 정상급 외빈 접견 시 사용된다”면서 “노동계 예우 차원에서 접견실에서 양대 노총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 것이다. 사족도 이런 사족이 없다. 예우는 자연히 우러나오는 것이지 들춰내고 드러내 보이는 순간 예우엔 금이 간다. 청와대가 노동계를 여전히 집권 성공에 대한 채권자로 맞아 접대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를 만나는 날 고용자 3인 이하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에선 또 어떤 엄청난 약속이 나올까 하며 가슴을 졸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실업(失業) 역풍은 이미 올해 말 노동시장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청와대와 노동계의 관계가 똑같을 수는 없다. 상대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필요에 따라 써 먹으려고만 하면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동일하다.

[사설]靑·노동계 만찬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