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구자 중심 R&D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계획을 밝혔다. 과제 기획, 선정, 평가, 보상 전 단계의 개선 방향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D 정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수정된다. 연구 비리 발생 시 중간에 개선안이 나오는 것을 포함하면 4~5년에 한 번 꼴이다. 관리 소홀이 지적되면 철저한 관리 방안이 추가된 개선안이 나온다. 연구 성과가 문제되면 성과 제고 방안, 평가 체계가 논란이 되면 평가 전문성 제고가 각각 강조된다. 몰아주기 비판이 나오면 쪼개고, 나눠먹기 비판이 나오면 또 조정한다.
일종의 사이클이 있다. 모두 다 국가 R&D 정책을 잘 수행해 보겠다는 노력이지만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비판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R&D 수요자별 입장차가 있고, 어느 분야에서건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모럴헤저드 사건이 R&D 집행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R&D 정책 관련 불만을 토로할 때 단골 메뉴가 '이래서 한국에서는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낙후됐다' 등의 주장이다.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개선책을 마련함에도 같은 말이 되풀이된다. 그렇다면 과거 모든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연구하지 않고 맘대로 정책을 추진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 정부와 연구계, 더 나아가 국민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R&D 혁신 방향은 창의, 자율, 도전이 중심이 되는 체계 구축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국가 R&D 수요자의 한결같은 요구 1순위는 의외로 단순하다. 서류 절차 간소화 등 행정 부담 경감이다. 서류 관리에서 해방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연구비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도된 도덕성 해이에는 '일벌백계'를 전제로 수십년째 계속돼 온 연구계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