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실세 왕자의 야심찬 구상 "석유 안 쓰는 미래도시 건설…서울 44배 면적"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미래형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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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은 24일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기존 규제와 제약에서 벗어난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신도시는 5000억 달러(약 564조원)를 투자해 서울 44배 넓이로 조성한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네옴은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최고의 주거지와 사업 공간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위치에서 세계 최고의 유망한 경제 부문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옴 사업은 사우디 정부의 기존 규제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사업 추진 단계마다 투자자, 관련 사업가, 혁신가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의 위치는 사우디 북서부의 홍해변 사막과 산악 지대의 미개발지로 알려졌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사우디와 이집트, 요르단 3국에 걸친 지역에서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전했다.

도시의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얻는다. 석유가 넘치는 나라지만 석유 한 방울 쓰지 않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경비, 배달 등 단순 반복작업과 노인과 유아 돌보기 등은 인구보다 많은 로봇이 대신한다.

네옴 사업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클라우스 클리인펠트 전 알코아 회장은 “사우디는 석유의 축복 뿐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축복도 받았다”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원유가 아닌) 첨단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업 홈페이지의 동영상엔 히잡을 쓰지 않고 일하는 여성, 풍력·태양광 발전소, 첨단 연구단지, 쾌적한 아파트,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 등이 담겼다. 강고한 종교적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사우디의 현재 모습과는 다르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이날 행사 패널 토론 때도 히잡을 쓰지 않은 미국 폭스뉴스 여성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 대담해 유연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는 올해 32세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우디의 사회·경제 개혁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이끄는 실세다. 여성 운전과 사회 진출 허용, 관광산업 진흥, 일자리 창출, 국영기업 민영화 등 개혁을 주도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