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 경희대 공대 학장은 로봇 관련 국내 인증 인프라를 보강해야 기술 개발과 시장 창출 간 시간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학장은 로봇 관련 기술 표준, 인증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했다. 세계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수년 전부터 협동로봇 관련 안전 기술 개발, 국제 표준화 및 인증 활동을 벌였다.
그는 국내 인증 산업 구조로는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등 기술 발전이 급격한 산업 흐름을 규제가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신기술이 규제에 가로막혀서 시장 진입 시점을 놓쳐 국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 학장은 협동로봇과 협동로봇시스템 안전 인증 부재 상황은 인증 산업이 발달돼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는 국가가 인정하는 다수 사기업에서 인증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인증 산업이 미약해 신기술에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면서 “이번 협동로봇과 협동로봇시스템 안전 인증 시행 지연 현상도 로봇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증기관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 협동로봇 표준안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ISO 3개 표준안(ISO 10218-1, ISO 10218-2, ISO TS 15066) 중심으로 협동로봇 인증 체제를 만들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들 표준안에 안전 통합 인증 마크인 CE로 협동로봇과 로봇시스템 안전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임 학장은 “기술 선진국에서는 인증 관련 산업이 하나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성장했다”면서 “인증기관에서는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장서서 신기술 인증 체제를 구축,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시장 진출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신기술이 해외 인증기관에서 먼저 인증을 받고 국내로 들어오는 인증 역수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 학장은 해결책으로 국회, 부처 등 범 국가 차원에서 신기술·신제품 인증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로봇과 같이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안전성 평가를 요구하는 복잡한 신기술은 지속 등장한다. 그러나 인증기관과 유관 부처에는 추가 인력과 예산 보강 없이 인증 업무만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속하고 유연한 인증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 학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가 기존 자원만으로 매번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상태로 로봇, 무인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으면 이번 협동로봇처럼 규제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