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할 카메라 모듈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이 회사가 애플용 카메라 모듈을 해외서 만드는 건 처음이다. 베트남 생산으로 원가경쟁력 강화와 생산능력 확대가 기대된다. 애플과의 거래 증대도 점쳐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베트남 공장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작년 7월 이사회에서 결정한 2억3000만달러(약 2600억원) 규모 베트남 투자 건으로, 현재 일부 라인이 완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LG이노텍은 이곳에서 애플에 공급할 후면 카메라 모듈을 만들 계획이다. 아이폰 뒷면에 탑재돼 사진 촬영에 활용되는 싱글 카메라와 듀얼 카메라다. LG이노텍은 연말까지 하루 10만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으로, 내년부터 애플에 본격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이노텍이 한국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애플용 카메라 모듈을 제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회사는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카메라 모듈을 만들어왔다. 애플만을 위한 전용 라인을 만들었고, 주문이 늘어날 때마다 증설을 단행하는 등 구미 사업장을 애플 거래에 최전방 전진기지로 활용했다.
이런 LG이노텍이 해외 생산을 추가한 건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애플의 주문량 증대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 구미 공장은 7개 라인이 24시간 동안 풀가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를 위한 카메라 모듈 라인은 정규 근무 시간 정도만 가동된다. 그럼에도 애플 주문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해졌다. 최근 6개월 사이 카메라 모듈 쪽 직원만 700여명이 충원되기도 했다.
공급능력 확대 필요성이 커진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원가경쟁력 강화와 지속 거래까지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애플이 핵심 거래처다. 올해 LG이노텍 연매출이 7조원으로 추정되고, 이 중 카메라 모듈에서만 4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 4조원 매출 대부분이 애플에서 발생한다. LG이노텍은 애플 카메라 모듈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진 만큼 품질과 물량은 물론 단가 측면에서도 애플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인데, 베트남 공장 투자가 이런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베트남은 원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유리하다.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LG이노텍 베트남 공장은 2018년까지 설비가 채워진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은 물론 2019년까지 애플과의 사업 윤곽이 세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건설은 애플향 부품 납품 확대가 고려된 것으로 안다”며 “애플에서 이미 내년도 전망치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이노텍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LG이노텍은 3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9.1% 증가한 1조7872억원을, 영업이익은 171.9%가 늘어난 55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 프리미엄 신모델 출시와 함께 초정밀, 고성능 부품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