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家電)은 글자 그대로 가정에서 쓰는 전자제품이다. 과거에는 백색가전(보통 흰색으로 출시되는 냉장고, 세탁기 등)과 갈색가전(갈색 색상이 주류인 TV, 오디오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해지면서 이 같은 분류는 무의미해졌다. 일상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가 됐다. 다소 의미 차이는 있지만 현재 용어로 바꿔 본다면 백색가전은 생활가전, 갈색가전은 정보가전에 각각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젠 가전은 분류 자체가 불가능하다. 워낙 다양한 융·복합 제품이 등장하고, 주기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 시장에는 10여 년 전부터 포화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휴대폰과 정보기기 등에 비해 교체 주기가 길고, 수요 또한 폭증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분석가들은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내수 가전 시장은 꾸준히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끔은 큰 폭의 성장세를 구가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이 창출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한두 아이템이 대박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소폭 성장을 유지해 온 내수 가전 시장이 올해 괄목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전통가전의 프리미엄화도 한몫했지만 최근 주요 가전 대열에 합류한 의류건조기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김치냉장고, 물걸레청소기, 정수기, 제습기 등 아이템이 해낸 역할을 올해는 의류건조기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내년에는 '옷을 씻어 입는다'는 개념을 도입한 스타일러가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차별화된 포인트에 소비자는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가전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전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장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은 좀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수요 창출 본능'을 띤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내 가전업계는 이제 벤치마킹 대상이 없다. 스스로 내일의 수요를 만들어 내면서 시장을 키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