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인기를 끈 아이폰은 올해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애플 천하'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출시 이후 닷새 동안 판매량이 전작보다 31%나 감소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아이폰8은 중국 시장에서도 토종 브랜드에 밀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혹평했다.
세계 모바일 기기 역사의 산증인인 애플이 삐걱거리는 이유로는 △전략 실패 △품질 불량 대응 태도 △멈춰 선 혁신 세 가지 요인이 꼽힌다.
아이폰8 시리즈의 시장 기대감은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약 판매 첫날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던 아이폰의 명성은 온데간데없다. 스마트폰 전문가는 애플이 9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텐)을 함께 선보인 게 악영향을 극대화한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아이폰8 시리즈를 먼저 공개한 후 판매를 개시하거나 아예 내놓지 말았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아이폰X과 비교되면서 프리미엄 아이폰8 이미지를 중급 기기로 깎아내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폰+숫자'로 이어지는 기기의 인기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품질 불량에 대한 애플 태도 역시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이폰8 플러스는 1차 출시국에서 배터리 스웰링(팽창) 현상이 약 10차례 발생했다. 반복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설계 또는 공정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러나 애플은 국내 예약 판매 당일까지 사후 대책, 자가 진단 방법, 스웰링 판단 기준, 유통점 대응 방안 등에 관해 안내하지 않았다. 결국 뿔난 유통인들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예약 판매에 참여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혁신'의 대명사이던 애플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우려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을 깜짝 선보인 이후 세계인의 생활 방식은 모바일 중심으로 확 달라졌다.
그러나 다수 소비자는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며 혀를 찼다. 아이폰 숫자가 바뀔 때마다 보여 준 변화와 혁신은 아이폰7, 아이폰8에서 멈춰 섰다. 아이폰8 시리즈는 디자인, 성능 등 대부분 아이폰7 시리즈를 계승했다. 무엇을 보여 주고 싶어 한 건지 애플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