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계가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대부분을 수주하면서 그동안 부진을 떨쳐내고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이 애플 RFPCB 공급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최근 애플용으로 RFPCB 개발을 완료하고 4분기 공급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RFPCB는 단단한 경성과 휘어지는 연성 PCB가 하나로 합쳐진 기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X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패널(TSP)에 RFPCB가 사용된다.
당초 LG이노텍은 부품 공급망(SCM)에 이름이 없었다. 애플은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 대만의 한 PCB 제조사로부터 TSP용 RFPCB를 공급 받으려 했다. 그런데 대만 업체에서 수율 등 제조상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RFPCB 수급에 차질이 생긴 애플은 안정된 물량 확보를 위해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에 설비를 긴급 투입했다. 이와 동시에 추가 공급사 찾기에 나섰다. LG이노텍이 바로 생산 차질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다.
![아이폰X(출처: 애플 홈페이지)](https://img.etnews.com/photonews/1710/1007490_20171030184112_794_0001.jpg)
LG이노텍 가세는 애플의 RFPCB SCM을 한국 기업으로 가득 채우는 마지막 방점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TSP용 RFPCB는 인터플렉스, 영풍전자, LG이노텍 3사가 맡았다. OLED용은 삼성전기, 비에이치, 인터플렉스로 꾸려졌다. 아이폰X 제조 수량과 공급사 수를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이 아이폰 RFPCB 물량을 100% 가까이 수주한 것으로 관측된다.
FPCB 업계는 1~2년 전만 해도 구조 조정에 시달렸다. 공급 과잉에 시장 수요까지 축소되면서 적지 않은 기업이 문을 닫았다. 반등을 기대한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노트7이 단종되는 악재까지 터졌다.
올해 들어 애플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비에이치는 2분기 매출 1184억원과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매출 1901억원, 영업이익 232억원으로 실적이 껑충 뛰었다.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인터플렉스는 3분기에 무려 625억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삼성전기 역시 애플 공급에 힘입어 적자이던 기판 사업이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LG이노텍 기판 사업도 공급을 본격화하는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 공급 효과가 큰 건 그만큼 물량이 많고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필요로 하는 OLED는 올해 7000만대였다. RFPCB는 제조 과정에서의 불량을 감안, 이보다 더 많은 양이 소요된다. 애플에 공급하는 RFPCB는 일반 제품보다 약 2배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고사양에다 제조가 까다롭다. 여기에 RFPCB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이 한국밖에 없어 애플 주문이 국내 기업에 몰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FPCB 업체 관계자는 “해외 FPCB 제조사는 양면이나 멀티 제품 생산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애플이 요구하는 RFPCB 생산에 적합한 설비가 없다”면서 “반면에 한국 기업은 과거 폴더폰에서부터 RFPCB를 제조해 기술, 경험,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LG이노텍은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주요 FPCB 업체 실적 추이(단위: 억원)>
(출처: 각사 감사보고서)
<국내 PCB 시장 규모(단위: 억원)>
(출처: KPCA)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