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출원(신청) 후 한 달 만에 등록이 가능한 일본 '슈퍼조기심사제도'가 주목 받고 있다. 신청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이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표준특허 등으로 글로벌 라이선스를 노리는 기업이 짧은 기간에 특허망을 갖추는데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처럼 법적 분쟁만 생기면 특허 절반가량이 무효로 돌아가던 일본이 무효율을 20% 밑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도 유의점이다.
◇'해외 출원' '실시' 동시 충족해야
IP노믹스가 지난주 특허법인 IPS(대표 한치원)를 통해 확보한 일본 '특허행정연차보고서 2017년판'을 보면 최근 6년간(2011~2016년) 슈퍼조기심사를 활용한 특허 출원은 연평균 494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조기심사 신청 1만6027건(연평균) 중 3.1%다. 해외 출원과 실시라는 두 요건을 동시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어 활용이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도별로 △2011년 361건(3.0%) △2012년 471건(3.2%) △2013년 485건(3.2%) △2014년 642건(3.8%) △2015년 554건(3.2%) △2016년 450건(2.3%)이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조기심사 중 매년 3.3%가 슈퍼조기심사를 택했다. 김세원 변리사(한양특허법인)는 “앞서 일본 특허청이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려고 슈퍼조기심사를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조기심사 전체 중 3%를 많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제도 사용대상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치라는 시각도 있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슈퍼조기심사 비중은 전체 조기심사 3%에 불과하지만 실제 소송 또는 사업에서 필요한 이들만 사용하는 제도여서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해석했다.
◇'특허 등록까지 3주'
슈퍼조기심사 장점은 단연 속도다.
특허행정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슈퍼조기심사에서 1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주(0.7개월)다. 한 달 안에 1차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지만 실제론 더 빨랐다. 해외에 먼저 출원한 특허를 일본에 출원 후 슈퍼조기심사를 신청하면 1차 결과까지 42일(1.4개월) 걸렸다.
김성호 변리사(KNP특허법률사무소·일본 앤더슨모리&토모츠네)는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시점에 특허를 등록할 수 있는 것이 슈퍼조기심사 장점이다. 일본 사무소에서도 LED, 카메라, 모터 분야 특허 등록에 슈퍼조기심사를 여러 번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특허 등으로 글로벌 라이선스를 준비하는 기업이 특허망을 단기에 확보할 때 메리트가 큰 제도”라고 밝혔다.
김세원 변리사는 “출원 공개(통상 18개월) 이전에 특허가 등록되면 다른 업체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출원 심사 중에 자사 또는 경쟁사 제품 형태를 파악하면 분할출원을 하고 슈퍼조기심사를 활용하면 권리 보호 및 경쟁사 실시 방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영택 교수는 “소송을 진행하다가 위태한 특허 하자를 수정해 강력한 특허를 한 달 안에 만들 수 있어 슈퍼조기심사는 특허권자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특허 무효율이 최근 20%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 권리화 실패는 유의해야”
동전 양면처럼 권리화 실패 확률은 약점이다.
김세원 변리사는 “슈퍼조기심사로 거절이유가 통지되거나 거절결정 확정이 빨라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허청 의견서(OA)에 대응할 때 30일 내에 답하지 않으면 조기심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OA 대응 비용과 수고가 늘어나는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변리사는 “기술이 조기에 공개돼 개량기술 특허 확보 여지가 좁아지는 점은 단점”이라면서도 “분할 출원은 이런 단점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슈퍼조기심사에 필요한 '해외 출원'은 한국 특허 출원 뒤 우선권 주장으로 일본에 출원하면 자격을 충족한다. '실시'는 특허를 현재 적용 중이거나 앞으로 2~3년 내에 사용할 계획이란 간단한 소명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슈퍼조기심사제도(일본)=특허 출원(신청) 후 1개월 내에 등록 등 1차 결과가 나오는 일본 특허 제도다. 해외 출원 및 실시 두 가지를 동시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으며 2008년 10월 도입했다. 슈퍼조기심사제도를 신청해도 일본 특허청에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