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 첫 국제 심포지엄 여는 한덕현 교수 "그림자보다 본체 봐야"

게임 과몰입 진단기준을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국내에서 열린다. 게임 과몰입을 중독 일종으로 보는 유럽 기관과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미국 기관 실무자들이 2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모인다.

'게임 과몰입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다양한 학자들의 모임'의 시작이다. 미국, 영국, 호주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다각도로 게임 과몰입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다.

국제 공동 연구팀 일원인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전문가들 시각과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 취지”라면서 “게임 과몰입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야 환자 치료와 예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현재 한국 사회와 의학계는 게임 과몰입과 게임중독을 혼용해 쓴다. 어느 정도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병적인지 기준도 없다. 개념 정립이 부족하다. 해외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신과 진단기준을 발표하는 기관 중 미국 DSM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 하에 2013년 인터넷 중독을 진단 기준으로 편입하지 않았다.

반면 진단기준 분류가 엄격하지 않은 유럽 ICD(국제질병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는 행위중독 하위분류에 '인터넷 게이밍 어딕션'이란 진단기준을 적용했다. 이르면 내년 이 기준을 발표한다.

게임 과몰입을 진단으로 규정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연구가 많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한 교수 주장이다. 한 교수가 이끄는 허브센터 수도권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2011년 개원 이후 1000여명 이상 환자를 추적해왔다.

한 교수가 게임 과몰입 증상으로 내원한 청소년 부모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게임만 그만 두게하면 되나?”다. 대부분 대인관계나 일상생활 어려움 등 다른 증상도 호소한다.

한 교수는 “게임에 과하게 몰두하는 현상의 원인이 과연 게임 자체인가 혹은 사용자의 취약성 인가라는 것도 환자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대부분 환자들이 우울증, 무기력증, 게으름 같은 환경, 성격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은 이 같은 선행 요소들이 표출되는 채널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한 교수는 “그림자보다는 본체를 봐야 환자에게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뇌과학적으로 보면 35세가 넘으면 대부분 게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뇌 자체가 게임의 자극과 멀티태스킹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게임을 과연 담배, 마약, 알콜 같은 중독 물질과 동일선상에서 다뤄야 하는지 객관적이고 풍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