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 정책 권고가 원전 제로를 명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목표를 '원전 제로'로 정한 것과 달리, 그 근거로 삼은 '원전 축소 권고' 공론화 결과는 원전 제로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던 셈이다.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 권고를 원전 제로 정책으로 자의적 해석을 했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신고리 공론화 결과에 원전 축소 정책 권고를 포함한 것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공론화가 당초 계획과 달리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더해 원전 정책 설문을 진행한 경위와 원전 축소 정책 의미를 따져 물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위원장은 원전 축소 정책 의견이 '제로'에 수렴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원전 축소의 의미를 정확히 정해 놓고 조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전 축소가 일부 감축인지, 제로인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보고 싶었던 것으로 권고에 따른 결정은 최종 결정권자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원전 축소 정책 해석이 분분한 것과 관련해 “원전 축소·유지·확대를 놓고 오해가 있다면, 공론화가 세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상진 과방위 위원장은 “원전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전문적인 부분은 일반인이 잘 알기 힘든 부분”이라며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 공론화를 통한 결론이 나왔어도 앞으로 이를 계속 진행해야하는 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도 정부 탈원전 정책 로드맵에 대한 여야 공방이 계속됐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 등 탈원전을 선언한 4개국의 원전은 모두 26기로 세계 원전 488기의 5.8%에 불과하다”며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전을 유지키로 했는데 과연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가 맞다고 할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한울 3·4호기 등 6기의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매몰 비용이 총 8930억원에 달하고, 'APR+'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을 만들어 놓고 이를 사장시킨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에서도 공정률 50%에 달하는 원전을 건설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는 APR+ 수출 등을 통해 국내 원전 산업을 진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훈 의원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국가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이 잘 결정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이 소신껏 잘 뒷받침해달라”며 탈원전 정책을 옹호했다.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따른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논란도 반복됐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으로 많은 분이 고통 속에 100여 일을 보냈다”며 “건설을 재개하면 대통령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장관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 사안으로, 그런(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법적 절차를 따른 것이고, 삼권분립이 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법적 판결을 받으면 될 것”이라며 “공론화위에 대해 많은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상설기구화 여론도 있다”고 반박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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