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인터넷 기업 사령탑이 국정감사장에 총집결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30일 열린 종합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해외 출장 계획까지 접고 국감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으로 요청된 포털 최고경영진 가운데에는 이해진 창업자가 유일하게 출석했다.
거물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쟁점이 돼 온 인터넷 기업의 사회 책임,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망 사용료 문제가 집중 추궁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성숙·임지훈 대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출석했다. 당초 오후 2시 30분쯤 증인석에 서기로 했지만 3시간 가까이 대기하다 5시가 넘어 발언대에 섰다. 여야 간 공방이 길어지면서 국감이 지연된 탓이었다.
그런데 두 대표의 발언 시간은 모두 3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어렵게 발걸음을 한 증인들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머쓱해졌다. 질문 내용도 기존의 언론 보도를 재탕 삼탕 하는 수준에 그쳤다. 번지수를 잘못 짚기도 했다.
네이버가 초기 화면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30초 단위로 바꾼다는 황당한 주장이 나왔다. 30초마다 데이터를 갱신, 트래픽에 따라 순위를 다시 매기는 구조인데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질문한 것이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감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구글코리아 대표와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나란히 참석하면서 역차별 문제를 환기시킬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네이버만 질타한 채 마무리됐다.
5시간이나 이어진 릴레이 증인 질의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내비쳤지만 출석 4시간이 지나도록 질문을 받지 못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과 '구글세' 언급은 없었다.
이럴 거면 증인을 왜 불렀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밥상이 차려졌는데도 이미 나온 말만 되풀이하고 쟁점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정치권 불신만 커질 수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