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최근 수년 동안 꾸준히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권한이 있지만 공정위가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12년이다. 당시 4대강 사업 관련 건설사 간 대형 담합을 적발했지만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고발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 조사가 막히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동시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의 전속고발권도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2014년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원, 조달청 등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이 의무 고발 요청에 소극 태도를 보이면서 이마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가 아닌 단계별 및 실질 폐지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일시에 전면 폐지할 때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7월 “공정위 소관 6개 법률에 들어 있는 전속고발권을 한꺼번에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전속고발권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지만 급격하게 폐지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6개 법안을 선별해서 점차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면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쟁 기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악의성 고발'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은 법정 분쟁에 대응하기 어려워 고발당하는 것만으로도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법집행체계개선TF가 내놓을 대안은 의무고발요청제 대상 기관 확대 등 소극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정재찬 공정위원장 시절 공정위는 의무고발요청권을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종전보다 진전된 대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혀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다음 주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포함해 5개 아이템을 담은 보고서를 낼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공정위가 견지해 온 입장에서 굉장히 많이 나간, 진전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