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당뇨·고혈압 등 전신성 염증을 심하게 앓으면 노년에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etnews.com/photonews/1711/1009989_20171105173924_349_0001.jpg)
키넌 워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팀이 발표한 이 결과는 아직 더 연구를 해야 하긴 하지만, 40~50대에 간단한 혈액검사로 10~20년 뒤 치매에 걸릴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의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커 교수팀은 45~65세(평균 53세) 1600여 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로 전신성 염증이 있음을 보여주는 생체지표를 측정했다. 섬유소원·알부민·백혈구 수·폰빌레브란트 인자·제8 인자 등 5가지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24년이 지난 뒤 이들의 뇌 입체 영상을 찍고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염증 지표가 3개 이상 있었던 사람의 뇌 크기가 지표가 전혀 없었던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기억력 및 치매와 관련된 뇌 부위가 5% 이상 작았다.
뇌 내부 공간인 뇌실의 크기는 평균 1788입방밀리미터(㎣) 큰 반면에 기억 기능과 관련 있는 해마 크기는 110㎣, 시각기능 등을 담당하는 후두엽은 519㎣ 작았다.
전신성 염증 정도가 한 등급 높아질 때마다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APOE e4 유전자 한 카피가 늘어나는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
또 염증지표가 3개 이상이었던 사람의 기억력 성적이 평균 10% 낮았다. 나이가 더 젊을 때 염증지표가 있었던 사람일수록 뇌 크기도 더 많이 줄었다.
워커 교수는 “면역체계 이상 반응이 치매의 중요 원인 중 하나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자 중년의 전신성 염증이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와 관련된 뇌의 변화를 조기에 보여주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등 치매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염증과 면역반응도 관련 있다는 가설이 있었다. 예컨대 치매 환자 중에서도 흉부나 요로 감염자는 기억력 상실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염증 치료가 치매 증상을 완화한다는 등 연구결과도 있다.
염증은 원래 부상이나 감염에 대응하는 인체의 정상적 반응인데 중년에 당뇨·고혈압·급격한 체중 증가 등 여러 질병을 앓는 사람 가운데 극단적 과잉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 염증과 구별해 인체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으로 인한 전신성 염증으로 부른다. 이로 인해 뇌 구조 등에 변화가 일어나고 뇌세포가 파괴돼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이해됐다.
이번 연구는 염증지표 측정을 한 번 밖에 하지 않은 데다 기억 관련 뇌 크기가 줄어든 사람이 실제 치매에 걸렸는지를 조사하지 않은 점 등 한계가 있다.
그러나 뇌세포 손상과 소실 과정은 증상이 나타나기 몇 십 년 전부터 시작되는 반면 아직 10~20년 전에 발병 위험도를 예상하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연구를 통해 간단하고 정확한 예측법이 개발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신경학회(AAN) 학술지 '신경학' 최신호에 실렸다.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