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창업 이후 지난 18년 동안 나의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가 투명성이었다.
투명한 기업 윤리는 매출이나 이익 못지않게 중요하다. 투명성은 불법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무리 깨끗하게 행동해도 그 과정이 불투명하면 투명하지 않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의사 결정 과정을 최대한 공개해야 자신의 사익이나 친분 때문에 의사 결정이 왜곡되지 않아야만 동료의 인정과 신뢰를 얻는다.
수많은 회사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망하는 회사 상당수는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 대표이사의 자금 유용, 임직원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회계 부정, 거래처 뇌물 수수, 밀실 인사 등 모두 정보를 독점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불투명한 관행에서 시작된다. 수천명의 입사 지원자들과 인터뷰하면서 투명성 문제로 이직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조직이 투명하지 않으면 인재는 떠나간다.
내부 구성원끼리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성장할 수 없다. 거친 시장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 나가 싸워도 승패를 알 수 없는데 내부 신뢰가 없다면 적 앞에서 분열된다. 과거 왕조나 정권은 외부 위협 요인보다 내부 불신과 분열 때문에 망했다.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도 쿠릴타이라는 회의체에서 합의에 의해 투명한 의사를 결정하고, 전리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분배하는 등 전 몽골족이 똘똘 뭉쳐서 이뤄낸 것이다.
한국 사회도 정보화 덕분에 지난 10여년 동안 상당히 투명해졌다. 그 덕분에 사업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우리 회사도 뒷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대형 고객 담당자의 요구를 거절, 수백억대 거래를 놓치거나 입찰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성장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더 길게 봤고, 더 많은 고객의 신뢰를 쌓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뒷돈 안 주는 회사'로 인식됐다. 이 덕에 불투명한 거래 제안도 많이 줄었다. 실력 없이 뒷돈 주고 사업을 일군 회사는 하나같이 오래 가지 못한다. 회계 부정 또한 마찬가지다. 한순간 모면하려고 조작한 회계 장부는 결국 드러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투명한 회계는 회계팀만의 일이 아니다. 회계 담당자뿐만 아니라 영업·생산 부서까지 회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중요한 경영 의사 결정에 재무 자료를 적극 활용하면 회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우리 회사에 나와의 개인 인연 때문에 입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동안 친인척, 친구로부터 수많은 인사 청탁을 받았지만 모두 냉정하게 뿌리쳤다. 이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회사의 근간인 인사는 성과와 역량에 의해 투명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투명하게 객관 평가를 하면 부정이나 사사로운 친분이 개입할 소지가 최소화되고, 대내외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회사 경영 정보와 의사 결정 과정은 최대한 공개돼야 한다. 나는 약속한다. 도덕상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회사의 경영 정보, 전략, 의사 결정 과정은 보안 사항이 아니면 최대한 적극 공개할 것이다. 그리고 나 개인이 아니라 회사 미래를 위해 의사 결정을 할 것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양지에는 세균이 살아남기 어렵다. 부끄러운 일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 알려야 될 사실을 숨기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bruce@surplus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