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임대료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키는 주요 배경에는 조세회피처에 기반을 둔 부동산 투자회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투자회사가 베를린 주택을 구입, 개량한 뒤 임대료를 올려받는 방식이 젠트리피케이션과 임대료 급상승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이들 회사는 편법으로 절세해 조세형평성에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조세회피처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를 입수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분석한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8일(현지시간) 이번 조세회피처 자료에 등장한 투자회사인 '푀닉스 슈프레'를 예로 들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베를린이 유럽 예술 중심지로 떠오르고 IT 중심지로도 새롭게 부상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회사가 빠르게 부동산을 장악하는 상황이다.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 사업을 벌인다. 이 과정은 일반 매매 방식이 아니다.
푀닉스 슈프레와 같은 투자회사는 부동산 자체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전체 매매가 95% 미만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매입 시 지불하는 부동산이전세금을 피할 수 있다.
베를린에서만 1억유로(약 1292억원) 세금이 이 같은 편법으로 걷히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회사는 주로 뜨는 지역 주택을 매입해 내부 등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고선 새로운 입주자들에게 임대료를 올린다. 좌파 연정이 가동 중인 베를린은 세입자 보호가 잘 돼 있지만, 개량된 주택에서 임대료를 올려받으면 주변 주택에도 임대료 상승 압박이 가해진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