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려드는 관광객 탓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 북동부 운하도시 베네치아가 산마르코 광장 인근의 대형 선박 정박을 금지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 당국과 주민 요청을 받아들여 앞으로 5만5000톤급 이상 선박의 경우 산마르코 광장 근처 정박지에 머물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크루즈선을 비롯한 대형 선박은 상업 항구인 마르게라 항만에 정박해야 한다.
그라치아노 델리오 교통부 장관은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약 3년 반 후 마르게라 항구의 수상 터미널 건설이 완공되면 모든 대형 선박은 대운하 인근 항로를 우회해 마르게라로 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번 결정은 주민들과 환경단체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반겼다.
베네치아 주민,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장소인 산마르코 광장 앞까지 바짝 접근해 닻을 내리는 대형 크루즈선이 도시와 해양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크루즈선 입항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베네치아에는 최근 몇 년 간 대형 크루즈선 출입이 증가해 해저 침식을 겪어왔다.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관광객 포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일었다.
일부 초대형 크루즈선은 산마르코 광장에 자리한 베네치아 명물 도제궁보다 2배가량 높아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해 베네치아 만에 대형 크루즈선 입항이 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베네치아 당국이 올해까지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금지하지 않으면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시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