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글로벌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올해 국감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직접 나와 조세회피, 망사용료 등 국내 기업과 다국적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게 발단이다. 구글은 2일 '한국 사회와 경제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으로 반박했다. 네이버는 9일 한성숙 대표 명의 공식입장을 통해 국내 매출, 세금, 망사용료, 고용현황 등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며 구글을 재차 압박했다. 역차별에 따른 글로벌 서비스 지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업계의 위기의식과 불만을 대변한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와 구글 신경전...업계 역차별 위기와 불만 대변
인터넷업계는 두 기업의 설전을 '단순 경쟁업체 간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인터넷산업 고질적 문제인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인터넷업계 대표로 의사를 전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구글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매출에 걸맞은 세금을 내고 국내법을 준수하라며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 한성숙 대표의 공식입장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표로서 입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뒤로 한 채 이 같은 질의와 제안에만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말씀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도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페이지를 통해 “네이버의 입장은 단순히 '네이버 vs 구글'로만 볼 수 없다. 구글,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 이슈가 핵심”이라면서 “구글의 성실한 입장표명을 기대한다”고 지지했다.
네이버 측 주장처럼 구글을 앞세운 글로벌 서비스 영향력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검색은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 모바일 메신저는 카카오톡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동영상 플랫폼과 SNS는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2007년 시행됐던 인터넷 실명제에 따른 동영상 이용자 이탈은 뼈아프다. 다음,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에서 정부 집행력이 미약한 유튜브로 이용자 망명을 가속화한 대표 역차별 사례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9월 기준 유튜브 국내 동영상 시간 점유율은 72.8%다. 네이버 동영상 서비스(2.7%)의 27배에 달한다. 동영상 지배력 이전으로 굳건했던 검색 지위마저 흔들린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차별 탓에 국내 인터넷산업 자체가 글로벌 서비스 일색이 될 것이란 위기감도 팽배하다. 대기업을 넘어 스타트업까지 역차별 장벽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숙박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는 에어비앤비, 운송 배달 O2O는 우버에 모두 먹힐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120여개 국내 스타트업 연맹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역차별 해소를 위한 규제완화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김 의장은 “요즘 10대는 네이버에서 검색 안 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아본다”라면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위에 세워진 서비스는 해외 기업 것이 많다. 한국은 디지털 식민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불명확한 대응, 업계 불만 키워
네이버 공식입장 핵심은 국내 구글 매출과 납세액, 유튜브 망사용료, 고용현황과 스타트업 투자액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매출·세금·투자 등 공시사항 이외에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망사용료(2016년 734억원)를 먼저 공개하는 '강수'를 두며 구글을 압박했다.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은 조세나 사회적 책임 관련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국내법을 준수하고 사회 기여도 하고 있다”면서 “구글코리아는 매출과 순이익 정보를 한국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있으며 한국 과세당국은 이미 구글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당사가 법규를 준수한다고 확인했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 제시 요구엔 “민감하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기업은 구글이 근거 없는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해왔다.
네이버는 이번 공식입장에서도 “구글이 세금을 하나도 안 낸다는 게 아니라 매출 규모에 맞게 '제대로' 안 낸다는 뜻”이라면서 “한국 매출과 수익은 공개하지 않고 세금은 정당하게 내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업계 간 분쟁을 완화하고 건강한 인터넷 산업 생태계 확립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균형점 찾기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현 정부 출범 뒤 정치권과 규제당국 상황과 맞물려 인터넷업계 반발이 증폭됐다. 대선에서 여야 모두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 정부, 지자체 등에선 오히려 기업 옥죄기가 심화됐다. 불합리한 규제로 국내외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기업끼리라도 뭉쳐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서울시와 스타트업 업계가 카풀 앱 고발을 놓고 충돌하는 것도 이런 목소리가 반영됐다.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글로벌 기업에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