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미국을 제외한 11개 가입국이 우선 참여하는 형태로 시행된다고 1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의 탈퇴로 좌초 위기에 몰렸던 TTP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뉴질랜드 등 11개 TPP 가입국 통상장관은 이날 미국 없이 TPP 발효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TPP의 핵심요소들에 대해 합의했다”며 “높은 수준과 전체적 균형, 온전한 상태의 TPP를 유지하는 한편 모든 참가국의 통상 및 다른 이익을 보장하고 본래의 규제 권한을 보전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협상을 벌여 진통 끝에 '포괄적, 점진적 TPP'(CPTPP)라고 이름 붙인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회의를 일본과 함께 주재한 베트남의 쩐 뚜언 아인 산업무역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하고 TPP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인 장관은 CPTPP가 TPP의 모든 내용을 유지하되 회원국이 일부 의무의 이행을 유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새 협정은 기존 TPP 조항 가운데 20개의 시행을 보류할 것”이라며 “이 중 10개는 지식재산권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저작권 보호 기간 70년 등 일부 TPP 규정의 완화나 시행 보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염두에 두고 이런 불리한 규정을 받아들였지만, 미국이 탈퇴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CPTPP는 11개 회원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자국 내 비준 절차를 끝내면 발효된다.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이 빠진 만큼 발효에 필요한 6개 비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전체 회원국의 8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기존 TPP 발효요건이 완화됐다.
이들은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자국 정상의 추인과 세부 시행 방안 협의를 거쳐 서명 절차를 밟는다.
한편 TPP는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 탄생을 예고했지만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 일본 주도로 11개국 만의 TPP 발효가 추진됐다.
미국이 참가했을 때 TPP 참가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7.5%에 달했다. 지금은 12.9% 수준으로 줄었다.
TPP 11개국은 일본과 뉴질랜드, 베트남,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싱가포르다. 지난해 이들 국가 간 교역규모는 3560억달러(약 398조원)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