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제품 생산 현장 열처리 공정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얇은 박막을 1초에 1000℃ 이상으로 가열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 효율을 높이고 장비 구축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호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팀은 마이크로파 대역의 유도가열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고 13일 밝혔다. 금속 등 전도성 소재로 이뤄진 박막을 순간·고온 가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박막 열처리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태양전지, 로이유리 같은 첨단 제품의 핵심 공정 중 하나다. 박막은 나노 결정을 증착시켜 만든다. 이 때 불완전한 결정성을 갖는 면적이 존재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을 가한다. 고출력 레이저가 주로 이용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미세 패턴의 선택 가열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2.45㎓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유도가열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유도가열 기술은 수십 ㎑ 주파수를 사용해 금속 소재를 가열했다. 1㎜ 이상 두꺼운 소재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면 나노미터(㎚) 수준의 얇은 박막을 선택적으로, 순간·고온 가열할 수 있다. 1초 이내에 1000℃ 이상으로 온도를 상승시킨다. 전기→열 에너지 전환 효율이 70%로 높다. 마이크로파 공진기 위에 기판을 올리면 된다. 장비 소형화에 유리하다.
넓은 기판이라도 가열 위치를 옮기는 방식으로 열 처리가 가능하다. 빠른 온도 상승이 가능, 기존에 어려웠던 고온 열처리가 가능하다. 새로운 소재 공정도 시도해볼 수 있다.

연구팀은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 유리 기판 위의 은 박막을 가열해 전도도를 30%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면적 열 처리가 가능한 공정 장비로 상용화를 추진한다. 내년 시제품 개발 완료, 내후년 현장 적용 시험이 예정됐다.
김대호 선임연구원은 “전도성 박막뿐만 아니라 반도체 박막 등 다양한 소재의 열처리가 가능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관련 소재 산업에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