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서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때,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바로 ‘비염’환자들이다.
콧물, 코막힘, 후비루와 같은 비염증상을 경험하는 비염환자들에게 환절기와 겨울철은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시기이다. 때문에 비염수술을 알아보거나, 병원을 찾아 코감기, 급성비염, 만성비염, 비염악화, 축농증(부비동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수족냉증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비염과 수족냉증은 얼핏 보면 무관해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비염한의원을 찾는 환자 중에서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의 경우 수족냉증과 함께 코막힘이 극심하다고 토로하지만 실제 코 안을 살펴보면 코가 막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코가 막혀 있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구 숨길을열다 한의원 박현정 원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코막힘과 수족냉증을 동반한 비염환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뇌열이 심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뇌열이 지속될 경우 혈액순환이 뇌 쪽에만 몰리게 되는데, 이 때 머리로 열이 오르면서 코 안의 점막이 건조해진다. 결국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답답함이 지속되니 스스로 코막힘이 심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머리로 열이 올라 뜨거워지면 손발과 하복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지게 되는데, 이 때 위쪽으로만 혈액순환의 중심이 몰리게 되면서 하체나 손과 발 등의 부위로는 혈액순환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복부의 장 운동이 저하되면서 수족냉증, 설사, 변비,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어 박 원장은 “혈액순환이 저하된 경우에도 코막힘과 함께 수족냉증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말한 뇌열로 인해 상체로 열이 오르는 것과 달리 혈액순환저하로 인해 손발에 순환장애가 나타나면서 콧물, 코가 붓는 증상, 코막힘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처럼 비염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닌 인체의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절기비염이나 알레르기성비염과 같이 비염은 특정 시기에 발생하거나 만성적으로 따라다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있어, 대부분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비염치료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염을 치료할 때는 단순히 코의 증상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내 몸에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동반증상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즉, 비염치료의 진정한 목표는 증상의 개선만이 아니라 비염이 유발하게 된 체내의 원인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코의 증상완화는 물론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다.
끝으로 박 원장은 비염치료를 고민 중인 환자들에게 “비염이나 축농증과 같은 코 질환을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를 방치할 경우 만성비염이나 만성부비동염으로 발전하기 쉽다”며 “비염과 축농증은 우리 몸의 문제가 코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내원하여 치료하는 것이 몸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종민 기자 (jongmin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