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은 초고속 인터넷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사회변화에 발맞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영역에 있어서는 간소화·효율성 등을 극도로 추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중들의 움직임 속에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리' 서비스다.
한때 거대한 사회 프레임에서만 움직이던 대리는 서비스화 되면서 점차 개인적인 부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연 '대리'서비스의 흐름은 어디까지 흘러갈 것이고 한계점은 어디일까?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대리'서비스의 다양한 모습들과 의의에 대해서 알아본다.
◇거시적 의미의 '대리', 서비스와 합쳐 사회를 아우르다
대리(代理, Substitute)라는 말의 원 의미는 '무엇인가를 대신해 그 일을 하는 것, 또는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리라는 말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급자족 개념이 강하고 농경 공동체 사회를 꾸려갔던 과거 서민들에게는 농사일을 돕는 품앗이나 군역과 조세 등에 따른 대납 등이 오늘날의 대리 서비스 정도로 이용될 뿐이었다. 물론 양반이나 왕·귀족층에서는 조금 더 진보한 대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런 패턴은 대규모 외세침탈 이후 경제력에 따른 신분분화가 나타나며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특히 본격적인 산업화 국면을 맞이한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비스개념의 대리가 일상화되고 있다. 일상적인 식탁을 채우는 반찬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가정의 일을 대신해주는 가사·육아도우미나 음식, 우편을 배달해주는 배달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여행가이드나 법률서류 대행 등 일상적이지는 않으나 개인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일들, 심지어는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까지도 크게보면 한 개인의 일을 대신해주는 대리서비스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IT기술의 혁신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한 최근에는 대리서비스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IT기반의 다양한 기술들이 가진 비대면성·시공초월성과 접목되면서 업군자체는 물론, 사용자와의 거리감을 더욱 좁히고 있다. 실제 최근 인기를 얻으며 신산업으로 급부상 중인 O2O(Online to Offline)은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다. 현재 O2O의 영역은 전통적인 대리서비스의 온라인화는 물론 내용자체의 세분화를 통한 좀 더 세밀하고 개인성 높은 업무까지 대리해주고 있다.
전통적 대리서비스 영역의 O2O화의 예시로는 가사도우미와 배달 영역 등이 있다. 가사도우미 영역은 과거부터 개인 가정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대리서비스 중 하나다. 최근까지 이 영역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면서도, 세탁·청소·음식조리·육아 등 O2O영역을 통한 다양한 전문서비스로 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달영역은 과거 서신 등 간단한 물품들을 주고받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음식 및 식품류는 물론 문구·의류·코스메틱·전자제품 등 다양한 개인까지 대신 전달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 21세기 들어서 새롭게 부각되는 대리서비스는 쇼핑이다. 일정 이상의 금전가치 때문에 안정적인 거래를 원하는 양측의 입장에서 꾸준히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쇼핑분야는 결제방식의 다각화에 발맞춰 온라인화 되면서 대리서비스 영역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밖에도 언론을 통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대중이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메신저라는 대리자로 직접 소통을 진행하면서 사회 각층과의 만남을 갖는 등 대리서비스의 영향력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체적으로 '대리'는 전통적인 사회에서의 단순 의미를 벗어나 경제·사회발전과 함께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21세기 들어 등장한 IT기술에 급진적인 발전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서비스의 발전은 기술발전과 사회분화 등에 힘입어 점차 분화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며, 다각적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충족을 쉽게 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활동영역을 넓히는데도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리서비스는 개인의 영향력 확대와 산업의 분화발전을 촉구하는 원동력으로서 자리매김하며 끊임없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대리가 컴대리로, 네비게이션이 김네비로' 21세기 기본 문화 '인공지능 대리서비스', 개인 고립의 촉매제 가능성↑
현재 대리서비스는 IT기술 중심의 21세기를 맞아 개인을 위한 세밀한 형태로까지 진화한 모습을 띤다. 다수의 현대인들은 이 같은 상황에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반발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다. 개인이 하기 어렵거나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대리서비스'가 진화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편리한 부분이 늘어난다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인 여가시간의 확대와 신산업의 태동 등 효율적인 측면이 배가된다는 부분도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리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꼭 필요한 것이지만, 개인고립화를 가속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산업화를 거치며 핵가족화·개인화가 짙어진 요즘, IT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대리서비스들의 확대는 개인 의식주 영역의 편리함을 줄지는 모르지만, 사회와의 접점은 점차 줄여나가면서 개인화를 짙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일례로 상점에서 주로 사던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 심지어는 가전제품까지 모바일로 구매를 하는 경우 대면하는 사람은 배송기사 또는 경비직원 등 한 두명에 불과하며, 반품처리를 한다는 조건으로 봐도 온·오프라인 통틀어 4명 미만이다. 이는 최소 인간관계 단위인 가족조차도 개인화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발달은 대리서비스와 맞물려 또 다른 차원에서의 개인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대부분의 대리서비스는 수요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 시스템을 두고 서로 상호소통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서비스 제공자의 단계를 가상화시키면서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으로만 대면하는 정도의 단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스템적인 서비스 제공은 효율적 삶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해킹을 통한 무분별한 사고의 우려 등은 물론 인간의 직업과 활동영역의 범위를 축소화시켜 개인소외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련의 상황들이 개인 인식에 사로잡혀 타인은 물론 사회전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자칫 일부 극렬 누리꾼들의 모임이나 지능적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어 진화하는 대리서비스 때문에 더욱 고립될 수 있는 인간들의 새로운 관계정립과 역할 재확인의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옥희 인피닛비주얼 교수는 "대리서비스가 참 편리한 것이기도 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크게 확대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며,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대리서비스의 성장에 맞는 인간관계의 재정립과 인간성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 삶까지 들어와 있는 대리서비스 덕분으로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누리기만 한다면 인간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