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세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삼국지 속 유비도 울고 갈 평창의 삼고초려 덕분에 우리나라는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를 안방에서 치르게 됐다. 종합 4위를 거머쥐겠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ET단상]평창의 도전과 소재부품 산업의 도약](https://img.etnews.com/photonews/1711/1015044_20171122141228_364_0001.jpg)
그러나 우리나라를 진정한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메달 대부분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같은 빙상 종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컬링, 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등 빙상 외 종목에서도 메달 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동계 스포츠가 외형으로는 훌쩍 성장했지만 내실 성숙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도 현재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기업들의 대규모 선제 투자가 이뤄진 데다 소재 부품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선진국 기술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는 이른바 '패스트팔로' 전략을 효과 높게 구사한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2001년 10위이던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의 수출 규모가 2014년 5위로 뛰어올랐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 규모는 수출의 45%, 무역 수지의 68%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러나 독자 기술 선제 개발에 다소 소홀히 해 온 패스트팔로 전략은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난 2005년 이후로 상위 7개 주력 수출 품목 리스트는 10년이 넘도록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빙상 종목 위주인 국내 동계 스포츠처럼 소재 부품 산업의 눈부신 성과 역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등 이른바 '잘나가는' 특정 분야에만 편중돼 있다는 얘기다.
일부 주력 산업의 선전에만 기대서는 곤란하다. 기존의 주력 산업은 경기 순환 구조상 이미 성숙기를 맞이했고, 중국의 추격은 거세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 같은 편중 현상을 대체할 차세대 스타 소재 부품은 보이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에 활용할 신소재나 첨단 부품 개발도 더디다. 우리의 소재 부품 산업이 현재 세계 5위라는 성적표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제4차 소재 부품 발전 기본 계획'에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오는 2025년까지 100대 신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제조업 혁신을 추진할 고급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추는 한편 기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고부가 가치 핵심 소재 부품은 기존 주력 사업은 물론 융·복합 신산업에도 미치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세계 4대 소재 부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동계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단순히 동계올림픽 행사 유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인기 종목에 적극 투자하는 한편 유소년 선수 육성이나 생활체육 확대를 통해 동계 스포츠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외에 다소 뒤처져 있는 다른 분야의 관심과 투자를 늘려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AI와 센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성장 속도만을 중시하던 우리나라 소재 부품 산업은 이제 성장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오늘 씨를 뿌려 놓고 내일 열매가 맺기를 바랄 수는 없다.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투자하고 육성해 나간다면 조만간 빛을 발할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jhchung333@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