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웹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감속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망중립성 원칙은 2015년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FCC는 최종(안)을 내달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최종(안)을 주도했고 위원 분포를 감안하면 통과가 확실하다고 CNN이 보도했다.
최종(안)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의 '타이틀 2' 대신 '타이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ISP를 '공공 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변경해 시장 원칙에 따라 작동되도록 함을 의미한다.
기존 망중립성 정책은 ISP를 공공 서비스로 분류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 내용이나 양에 따라 데이터 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보 서비스로 변경된 최종(안)에서는 컴캐스트나 버라이즌과 같은 ISP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파이 위원장은 “자유시장 원칙에 반하는 망중립성은 폐기돼야 한다”며 “오바마 정부 규칙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불확실성이 성장의 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FCC 최종(안)이 공개되자 IT기업은 일제히 반발했다.
에린 에건 페이스북 공공 정책 담당 부사장은 “FCC가 발표한 최종(안)은 인터넷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망중립성 보호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구글도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망중립성은 소비자를 위해 제대로 작동됐다”며 “이에 반하는 FCC 최종(안)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망중립성 폐기로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는 넷플릭스는 “특정 기업을 위한 망중립성 폐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등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나 슬링 TV 속도를 저하함으로써 버라이즌 동영상 스트리밍 자회사인 파이오스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AT&T, 컴캐스트가 특정 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접근에 보다 많은 이용료를 부과하고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자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