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시에 퇴근을 할 예정이다. 퇴근 후 딱히 스케줄이 없었는데 테니스 동호회 친구들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 장소가 그냥 그런 술집이었다. 갑자기 가기 싫어졌다. 집에 가서 내 요리사가 해준 술 안주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한 그런 음식이 생각났다.
내 취향을 파악해서 좋아할만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것은 넷플릭스(Netflix)만이 아니다. 내 취향을 알아서 좋아할만한 메뉴를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으로 만든 회사가 바로 비헥스(Beehex)다.
이 회사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주문 제작하려고 한다. (영상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OryIK0r4HoI) 지금은 피자를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개인의 식성 및 취향 데이터를 취합하여 음식을 조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 특정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데 그것에 맞는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식 3D프린터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쉽게 맞춤형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가격은 5만달러 정도인데, 이는 2명의 인건비를 넉넉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하니 아직은 가정보다 음식점에서 고려할만하겠다.
이제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을 시간이다. 영국 스타트업 3D프린터회사인 Nufood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디저트를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낸다. (영상링크:https://www.facebook.com/pg/trynufood/videos/?ref=page_internal)
아직 제품 출시 전이지만, 유려한 디자인의 로봇 apricot, clementine, damson의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나에게 맞는 음식도 먹었고 예술적인 디저트의 향연도 즐겼으니 이제 커피가 생각난다. 바리스타 로봇이 있는 카페X가 생각난다. (영상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T5GXK1onZWc)
카페X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형쇼핑몰 메트레온 1층에 있다. 이 카페는 종업원이 없다. 그저 로봇 바리스타와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 그리고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앱만 있으면 된다. 이 바리스타 로봇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면 그 어떤 바리스타보다 빠르게 커피 한잔을 뽑아낸다. 8온스 컵에 가격은 $2.25이다.
이렇게 만찬을 끝내고 TV나 보면서 쉬려고 했는데 늦은 저녁을 하자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귀찮지만 친구 대우는 해주어야 하니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데리고 갔다. 이 곳은 햄버거를 만들어주는 아주 영리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이름은 플리피(Flippy)이다. 칼리버거(CaliBurger)의 로봇이다. (영상링크: https://vimeo.com/206666438)
플리피(Flippy)는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와 칼리버거 체인을 가지고 있는 칼리 그룹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이 인공지능로봇은 사람을 보조해서 패티를 굽고 재료를 손질하는 등 보조 셰프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 맥도널드나 롯데리아에는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무인기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카운터 뿐만 아니라 이렇게 주방에도 이들 로봇들이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가까운 미래의 식문화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패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푸드테크에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푸드테크협회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협회는 회원사간 커뮤니케이션 창구이자 4 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허브 역할을 하려한다. 다양한 영역에 있는 회원사 권익 증진은 물론 일반 사용자나 소비하는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의 푸드테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한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분야의 기득권으로부터 저항을 받기 쉽다. 최근 일련의 이슈가 되는 공유 산업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를 봐도 그렇다. 우선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활동 및 행사를 추진하고자 한다.
그런 관점에서 푸드테크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11월30일(목) 코엑스에서 '푸드테크 코리아2018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그리고 관련 정부 기관과 협력해 산업 간 교류 활성화를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이슈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 산업간 지속 성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푸드테크 선도 사업 및 시범 사업도 추진하고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국내 최초, 세계 여섯 번째로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의 대기록을 세운 김승진 선장이라는 분이 있다. 시속 100km에 달하는 태평양의 태풍 한 가운데를 지날 때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운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집채만 한 파도를 일으키는 강풍이 아닌 바로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무풍(無風)’의 환경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거세고 거칠고 위압적이어도 바람이 불기만 한다면 내가 설정한 항구로 나아갈 수 있지만,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무풍이라는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올해만큼 내년도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이 눈부신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무쌍한 환경 하에서 여러 명이 함께하면 조금은 힘든 상황도 잘 극복하지 않을까? 그런 거인의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고 싶다.
한편 ‘푸드테크 코리아 2018’은 11월 30일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푸드테크 코리아 2018 상세 보기
전자신문인터넷 이정민 기자 (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