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과 아이폰 유통 경쟁이 가능할까”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온·오프라인 개통시스템을 구축키로 하면서 휴대폰 유통점은 전례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23일 “애플이 온·오프라인에서 아이폰 개통을 한다는 건 매우 심각한 일”이라면서 “어떤 방식을 동원하든 애플에 대리점 코드를 부여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유통점이 우려하는 것은 세 가지다.
아이폰은 통상 10~11월에 국내 출시된 이후 이듬해 3월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대표 제품이다. 휴대폰 유통점 2개 분기 매출 성과는 사실상 아이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개통을 시작하면 유통점은 매출 타격은 물론 생존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폰 고객 충성도가 남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부 유통점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보다 아이폰을 10만~20만원 싸게 팔아도 다수 고객이 애플 직영을 통해 아이폰을 구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폰 이용자는 젊은 층이 두텁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에 있어서도 접근성이 용이, 중소 유통점은 아이폰 판매를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량공급 쏠림 현상이 기존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아이폰X(텐)만 보더라도 물량부족 현상이 불거지면서 영세 유통점이 제품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 자체 유통망이 확대되면 유통점에 공급되는 아이폰 물량은 기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애플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유통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애플이 대리점 코드를 부여 받아 아이폰 개통업무를 하게 되면 △신분증 스캐너 도입 △매장 내 요금제별 지원금 공시 등 의무가 생긴다. 통신서비스 가입을 안내할 수 있는 상담 인력 배치에 대한 책임도 안게 된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애플이 만약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가정했을 때, 이통사나 정부가 애플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을 할 수 없다”면서 “애플은 이통사와 관계에 있어서도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애플방식'으로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