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시작한 지하 터널 공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터널 굴착속도를 일거에 기존 10배,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머스크 자신은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하기 쉽다”면서 농담조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배경에는 높은 기술력과 치밀한 전략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로 미국 최대 터널 굴착기 메이커 로빈스 로쿠 홈 CEO도 일견 황당하게까지 들리는 머스크의 계획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면서 “나쁘지 않은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끄는 터널 굴착 벤처기업 '보어링(Boring) 컴퍼니'는 우선 자금 조달방법부터가 남다르다. 보어링사는 초기 자금조달에 “IHO(Initial Hat Offering)”라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방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풍자한 것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투자자가 20달러에 보어링사 로고가 들어간 운동모자를 사도록 하는 방법이다. 투자금에 대한 배당은 없으며 나중에 값이 오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로스앤젤레스 심각한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민들이 다투어 사는 바람에 1만5000개가 금세 팔렸다. 한 순간에 30만 달러가 모인 것이다.
업계 전문가인 굴착기 메이커 로빈스 로쿠 홈 CEO는 “선진국의 터널사업은 수십 년간 전혀 신기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그 결과 미국 건설업계가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홈 CEO는 보어링사 사업계획이 터널사업에 미국 사회가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경쟁업체지만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가 주목하는 건 테슬라사 기술개발력이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뉴욕에서 워싱턴DC까지 30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터널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