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당신들의 물리학과](https://img.etnews.com/photonews/1711/1017175_20171124160424_239_0001.jpg)
물리학과 교수로부터 기고를 받았다. 양자정보통신을 다뤘다. 양자역학을 개략하고 미국, 중국, IBM, 구글의 투자 동향을 낙관하듯 제시하며 기고문을 시작했다. 중반부터 돌변한다. 그 내용을 읽다 충격이 커서 소개한다.
기고에 따르면 물리학자는 양자의 산업 응용을 시기상조로 본다. 20년을 연구했지만 양자컴퓨터가 해낸 계산이라곤 고작 '21은 7 곱하기 3'이 전부다. 양자암호통신은 도청이 어려울지 몰라도 해킹은 막지 못한다. 그나마 단거리에서만 시연했다. IBM과 구글의 양자컴퓨터 연구는 '첨단이미지 홍보 목적'에 불과하다. 양자컴퓨터라기보다 물리학 실험이다. 중국의 양자 인공위성은 기초 연구일 뿐이다. '단기간 기술 개발로 의미 있는 응용 분야에서 양자 기술이 디지털 컴퓨터, 통신, 암호 기술을 앞설 가능성은 없다.'
이런 단언에 뒤이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한다. '우리 정부가 8년 뒤 양자 정보 기술 산업화를 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충격을 주는 것은 다음 대목이다. '옅은 연구자층과 그동안의 미지근한 지원으로 국제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국민 세금 낭비가 걱정된다.'
기자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부가 2년째 추진하고 있는 양자 국책 과제를 물리학계 일부가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올 여름부터 외부에 새어 나왔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정도만 알려졌을 뿐 물리학계가 왜 반대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고문을 받고 보니 물리학계가 양자 국책 과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무던히도 양자 산업 발전을 위해 밤낮 없이 뛰어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요컨대 우리는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은 셈이었다.
몇 가지 이유에서 이 기고문, 나아가 일부 물리학계 의견은 대단히 유감이다. 우선 정말로 이 모든 게 '쇼'일 뿐이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 각국 정부가 투자하고, 중국이 양자 위성을 쏘고, IBM과 구글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게 정말 모두 보여 주기에 불과한가. 심지어 북한이 양자암호통신 개발로 안보 불균형이 발생하는데도 무시해야 하는 것인가. 안보를 맡겨도 좋을 정도로 자신하는가.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21은 7 곱하기 3'은 연구 논문에 나오는 내용일 뿐이다. 교과서에 미처 실리지 못할 정도의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상아탑에 갇힌 몸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물리학과'가 될 뿐이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동안의 미지근한 지원'과 그에 따르는 '옅은 연구자층'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 정부가 투자를 한다지 않은가. 그런데 왜 반대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비판을 하려면 자신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 물리학계가 지금까지 양자 산업 발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 전문가가 없다면서 인력 양성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많은 사람이 물리학계 반대를 순수하다고 보지 않는다. 만일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물리학계로 흘러든다고 해도 반대했을까. 언제 우리가 기초 연구가 완벽해서 산업화를 했는가. 없으면 없는 대로, 남의 기술 빌리고 해외 인력을 초빙해서라도 밀고 나간 것이 오늘날 경제 성장의 원동력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물리학자에게는 양자컴퓨터 연구자의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처음부터 완벽한 양자컴퓨터를 요구하는 것은 갓난아기한테 뛰라는 것과 같다. 슈퍼컴퓨터도 출발은 거대한 애니악 계산기였을 뿐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