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용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기존의 하드웨어(HW) 중심 허가 심사 체계에서 벗어난 만큼 보상 체계 합리안 마련도 요구된다. 안전성 논란 해소와 해묵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 확대도 과제로 지목된다.
기업 입장에서 의료기기 허가에 따른 인센티브는 유효성, 신뢰성 확보와 금전 이득이다. 모호하던 의료용 소프트웨어(SW) 정의와 인허가 문제는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상당수 해소됐다. 사용에 따른 수가 제공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는 “현 체제에서는 SW 기반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별도의 수가보다는 기존 수가에서 일정 부분 할당해 기업체에 제공한다”면서 “새로운 수가가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 활용 확산과 기업체 수익 면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4월 '제1차 보건산업 제도개선위원회'를 개최, 혁신 의료 기술 보상 체계 개선을 논의했다. 로봇이나 정보기술(IT) 등 신기술 가치를 반영해 가격을 보상하는 체계 마련이 핵심이다. 유망 기술의 신의료 기술 평가 시 별도의 평가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 행위의 임상·비용 효과 등을 검증할 경우 가격을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W로 질병 진단, 치료법 제시에 따른 안전성 확보도 관건이다. 최종 결정은 의사 몫이라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SW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다. AI 기반 의료기기는 안전성 우려를 가중시킨다. AI 알고리즘 특성상 끊임없이 수집된 데이터를 학습한다. 학습 정도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정확도 하락 우려가 나온다.
현 가이드라인에서는 데이터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의료기기 허가를 새롭게 받을 필요가 없다. 주기 업데이트에 따른 의료기기 재인증이 자칫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 대신 허가 심사 과정에서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 학습 데이터 관리, 평가 등 계획을 제출하게 한다. 업데이트에 따른 정확도 하락은 기업이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시장에 출시할 때 가장 큰 타격은 기업이 받기 때문에 자율에 맡긴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의료기기과 연구관은 “가이드라인에서는 불필요한 행정, 비용 최소화를 위해 사전에 데이터 관리 정책을 제출하면 재인증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서 “데이터가 쌓이면 정확도는 향상되고, 관리 역시 기업 자체로 가능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데이터, AI 기반 의료기기 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의료 데이터' 활용이 전제돼야 한다. 의료기관마다 다른 데이터 양식, 연구 목적 외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의료 정보는 시장 확산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실제 뷰노, 루닛 등 AI 기업은 의료용 SW를 개발할 때 개별 병원마다 따로 연구개발(R&D),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병원마다 데이터가 다른 데다 임상시험 규정도 제각각이어서 신속한 연구가 어렵다. 의료 정보 활용에 사회의 비판 분위기도 R&D와 사업을 위축시킨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인허가 전 단계인 R&D 영역부터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데이터 활용에 제한이 많다”면서 “빅데이터나 AI 의료기기는 데이터 확보, 분석이 핵심인데 이번 인허가 마련과 함께 의료 정보 활용에 대한 제도 및 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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