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카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산업이 기존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 각종 규제를 풀어내야 한다.
프랑스 카풀 업체 블라블라카(BlaBlaCar)는 '가격 상한제'를 통해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다. 가격 상한제는 카풀 이용료를 도시·국가별 연료비, 거리에 따라 고정시켰다. 기차보다 75% 저렴하게 설계했다. 비영리 서비스라는 입지를 쌓게 된 배경이다.
그러면서 해외 시장 진출이 수월해졌다. 카풀 드라이버 대상 특수 자격증 요구나 이윤 추구로 인한 활동 제한 등 각종 규제를 피하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이 회사 역시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 스페인에서 '불공정 경쟁' 논란에 휩싸였다. 스페인 현지 버스조합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이 같은 분쟁의 주인공이 됐다.
블라블라카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영업 방해라는 버스조합 지적에 대해 드라이버와 이용자들은 각자 필요에 따라 플랫폼을 이용할 뿐이라고 설득했다. 운전기사를 빼앗아 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자체 기사를 고용하지 않았다”며 “드라이버와 탑승자는 이동 비용만 서로 분담한다”고 설명했다.
진땀을 흘린 끝에 블라블라카는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 시장을 넘어 유럽 최대 카풀 업체로 비상했다.
말레이시아 택시 공유 서비스 그랩도 블라블라카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성장했다. 카풀과 사업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규제 극복 스토리는 유사하다.
서비스 초기 택시 기사들 텃세에 고전했다. 경쟁보단 고개를 숙이고 공존 방안을 찾았다. 택시 기사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를 벌이는 등 신산업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냈다.
국가별 법규와 제도에 최대한 순응하는 전략도 세웠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대중교통위원회(SPAD) 지원 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현재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이들 국가 모두에서 정부 승인을 받는 등 탄탄대로를 닦았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적극적이다. 세계 1위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 맞선다는 기치로 중국 디디추싱, 인도 올라, 미국 리프트와 차례로 손을 잡았다.
반면 우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를 무시한 영업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운전자 개인 정보를 제출하라는 정부 지시에 불응해 1년간 서비스 중단 제재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2014년 우버엑스 시범 운영에 돌입했지만 정부, 택시 업계와 갈등만 빚다 사업을 접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