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이프가드가 발효되면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다. 그러나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세탁기 라인업을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기는 어렵다. 생산 라인 다변화 등 전략이 추가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한다. LG전자는 2019년 테네시 공장 가동이 목표지만 이번 세이프가드 권고안이 나오면서 가동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LG전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건설하고 있는 테네시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내년에는 미국 현지 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특성상 선박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이미 내년 일정의 출하량은 선적돼 있다. 이 물량은 세이프가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5월 판매분까지 북미 물류 창고에 선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전자는 창원 공장에서 세탁기 수출 물량의 일부를 소화할 수 있다. 내년 2월께 세이프가드가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에서는 연간 100만대 이상 세탁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은 1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200만~300만대 수준의 세탁기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면 세이프가드 영향권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현지 공장에서 기존의 미국 시장에 팔린 전체 세탁기 모델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도 모든 세탁기 라인업을 생산할 수는 없다”면서 “현지 공장에서 미국에 판매하는 세탁기를 모두 감당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공장 생산 라인을 다변화, 미국 세탁기 수요를 최대한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다. 공장 가동 이후에는 추가 설비 투자 등도 고려해야할 요소다.
공장 건설로 미국 현지에서 일자리 창출을 나선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950여명을 고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고용 예상 인원은 600명이다. 외국 기업이 미국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 화답하는 셈이다. 앞으로 세이프가드 발효나 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개에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상 미국 세이프가드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를 완벽하게 피해가진 못할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현지 공장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